취업자는 23명이 고작, 식당, 육가공업체 등 단순노무직 국한
2년 전 베트남에서 고성으로 시집 온 결혼이주여성 A씨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A씨가 구직 시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언어소통과 양육문제 뿐만 아니라 이주여성 고용지원센터 등 고용채널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등 제도적 홍보가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9월말 현재 고성군 내에는 베트남 100명, 중국 74명, 필리핀 27명, 일본 6명, 캄보디아 6명, 키르키즈스탄 6명, 태국 2명 기타 3명 등 7~8개국의 결혼이주여성 224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일자리를 구해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23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매년 결혼이주여성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여성단체를 비롯, 지역민들은 “이들 이주여성들은 이방인이 아니다. 그들도 엄연히 고성군민으로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생활할 수 있도록 행정차원에서 배려돼야 한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이 절실하게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등 체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일자리를 구한 이주여성들도 필리핀 등 영어사용권 국가로부터 이주해 온 여성들 중 일부 극소수에 해당하는 3명이 원어민강사로 활동할 뿐 나머지는 식당도우미, 육가공업체 등 단순노무직에 국한되어 있는 실정이다.
결혼이주여성 일자리 알선·제공은 고성군과 고성가족상담소에서 연결해 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주여성들은 고용채널이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결혼이주여성은 취업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원하고 있지만 지원센터가 있는 줄 몰랐다며,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방문하는 것 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문제는 이 뿐만 아니다. 이주여성들이 취업 현장에서 받게되는 처우 역시 법적 기준을 겨우 맞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여성들은 노동권을 요구할 수 있는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주여성들의 취업을 위한 우선과제는 언어소통이다.
결혼 3년차인 베트남 출신 B씨는 “취업을 해서 조금이라도 가계부담을 들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것 같다”며 잠시 식당도우미로 일한 적이 있으나 사업주와 손님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기 일쑤여서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고성읍 내 한 식당에서 도우미로 일하면 한 달에 100만원을 준다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일하게 됐다.
그러나 한 달 뒤 월급을 받을 때는 사정이 달라졌다. 주인으로부터 일이 서툴고 손님들의 주문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질책과 함께 한국인에 비해 겨우 절반을 넘긴 60만원만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일부 손님들은 억지로 술을 권하기도 하고 함부로 반말을 하는 등 이주여성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필리핀 여성 C씨 역시 식당도우미 일을 하다가 손님들로부터 갖은 수모를 겪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듯 이주여성들이 겪는 고초는 일자리 부족 뿐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등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이주여성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법적 권리를 취득하려면 5년이 경과해야 한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도 5년이 경과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혼에 의한 불법체류자로 전락해야 하는 것이다. 주민 김모씨는 “한시적으로 외국인이지만 이주여성들은 당당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우리 아이들의 어머니이다. 그들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그 가족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는 것”이라며 이주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더 개선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업장에서도 이주여성을 채용하는데 있어 별반 사정이 나아보이지 않는다. 본지에서 30여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전화취재한 결과 대부분 사업장에서 ‘고용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22개 업체가 외국인근로자로 충원가능하다고 답해 이들 여성이 외국인고용 쿼터에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여성들은 취업전에 한국어 공부, 한국문화 이해, 컴퓨터 교육 등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읍면의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애로점을 파악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면서 조사결과를 토대로 이주여성들의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은 이주여성 11명을 대상으로 미용학원과 연계해 미용기술을 가르치는가 하면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는 등 기술취득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