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8-07 04:21:5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칼럼

본 대로 들은 대로


이방수(전고성군수) 기자 / 입력 : 2005년 12월 09일
ⓒ 고성신문


 


 


 


 이방수(전 고성군수)


 


몇 해전 그 해의 휴가는 경기도에서 개최

하는 세계도자기엑스포를 구경하기로 의논을 했었다.


 


막내딸 아이가 이천에 살고 있다 보니 거기에 모여서 영릉(세종대왕릉)도 가보고 신륵사도 가보고 세계도자기엑스포도 보고하면 코스가 괜찮을 것 같았다.


 


저마다 사는 곳에서 약속한 날에 이천에 모였다. 딸아이의 집은 스물 세평의 작은 아파트이다.


 


네 집 식구가 오랜만에 모이고 보니 식구들이 집안에 가득 차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좋다고 야단법석을 떨고 하였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파티를 자주한다. 그날도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돼지 삼겹살을 사왔다.


 


벼룩시장 정보지를 가판대에서 몇 장 가지고 와서 방바닥에 깔고 화덕에 삼겹살을 구워 소주와 맥주로 웃음꽃이 피고 그동안 쌓였던 생활 속의 정담들이 오고가고 하였다.


 


조촐한 모임이기는 하지만은 형제 자매간의 정이 그렇게 따뜻하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신문을 잘 보지 않는 것 같았다.


TV와 컴퓨터로 뉴스를 보고 또 회사에 나가 신문도 보고 하니까 집에서는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딸아이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날 밤 우리는 가판대에서 구해 온 벼룩신문을 깔고 오순도순 즐겁게 삼겹살구이 잔치를 한 후 다음날 각각 헤어져 제집으로 돌아갔다.


 


얼마 후에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신문사 지국에서 신문 한 부만 달라고 사정을 하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다섯 살배기 외손자 놈이 “우리가 신문을 보긴 왜 보냐! 신문은 삼겹살 구워 먹을 때 깔고 먹는 건대!” 하면서 비웃는 눈초리로 콧방귀를 뀌더라는 것이었다.


 


신문은 보는 것이 아니고 고기 구워 먹는 데 불판 밑에 까는 것으로만 외손자의 눈에 비친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의 앞에서는 행동하기가 무섭다고 하면서 본대로 들은대로 따라서 하니 어른들이 행동의 모범을 보여야겠다고 했다.


 


아이들의 눈 거울에 비친 어른들의 행동은 바로 교육이요 본보기인 것 같았다.


 


어떤 교육자의 말이 생각난다. 가정교육은 첫째도 본보기요, 둘째도 본보기요, 셋째도 본보기라고 했다.


 


아버지는 ‘바담 풍’하면서 아들은 ‘바람 풍’하라고 하면 아들도 따라서 ‘바담 풍’한다는 것이다.


 


유달리 똑똑하고 초롱초롱한 눈매! 또한 착하고 슬기로운 외손자의 본대로 들은 대로 한 생각이 깜찍하고 귀엽기 짝이 없었다.


 


자식은 부모의 얼굴이며 근본이라고 했다.


어찌 보면 말투하나 손짓 발짓 투정질까지 본대로 들은대로 배우며 닮아가는 것 같다.


 


오늘은 일흔 살 먹은 할아버지가 5살 먹은 손자에게 큰 진리를 배운 것 같다.

이방수(전고성군수) 기자 / 입력 : 2005년 12월 09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