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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북한 억류 유성진씨, 고향 거류면 가려리 방문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9년 08월 28일
ⓒ 고성신문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자유의 땅 대한민국을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기백일을 넘겨 고향땅을 밟은 유성진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굳게 입

닫고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유씨는 납북된 연안호도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고, 북한과의 정치적인 관계가 조금씩 완화되는 시점에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될까, 정치적인 사안은 밝힐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고성 거류면 가려리 덕촌마을 출신인 유씨는 현대아산 열관리기사로 북한 개성에서 일하다가, 136일간의 억류생활 끝에 풀려났다.



유성진씨는 지난 3월 30일, 북한여성의 탈북을 조장했다는 혐의로 북한에 억류돼, ‘자금산여관 310호’에서 130일이 넘는 구금생활을 했다. 북한은 유씨가 북한여성 이모씨에게 보낸 편지를 증거로 내세우며, 북한체제를 비난하고, 탈북방법을 상세히 알려주는 등 탈북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조사 과정에서 물리적인 폭력은 없었지만, 반말과 폭언 등 언어폭력이 심했고, 때로는 무릎을 꿇거나 장시간 나무의자에서 정자세로 앉아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억류기간은 그의 말을 빌자면, “죽는구나 싶은 공포”를 느끼는 하루하루였다. 유성진씨는 “자주 찾아뵙지도 못한 부모께 효도하기는커녕 걱정만 끼쳐드려 죄송스럽다”며, 북한에서의 생활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북한에 억류된 당시에는 눈앞이 막막하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고향땅을 밟으니 새 삶이 시작되는 것 같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유씨의 어머니 류정리씨는 “살아 돌아온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기분은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붉어진 눈가를 연신 손수건으로 찍어댄다.



귀가 어두운 유씨의 노부모는, 전화도 방송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어 북한에 있다는 아들 소식에 노심초사 애를 태워야했다.


 


유씨가 고향엘 내려온다는 소식에 덕촌마을회관은 진즉부터 잔치분위기였다. 전날부터 귀환을 축하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나물해서 비빔밥 준비하고, 돼지고기를 삶는다, 생선을 찐다 마을아낙들은 큰 잔치가 있는 날처럼 부산했다. 유성진씨가 도착하자 마을사람들은 제각기 손을 붙들고, 어깨를 쓰다듬으며 고생 많았다 했다.



유성진씨는 4년만에 만난 아버지가 따라주는 쓰디 쓴 소주를 연거푸 몇 잔 마시고는, 부모님이 거주하는 집에 들러 늦은 문안인사를 올렸다. 아버지 유응용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어머니 류정리씨는 아직도 눈가에 손수건을 찍으며, 다시는 못볼 줄 알았던 아들이 살아 돌아와 하는 큰절을 받았다.



유씨는 “국민들의 걱정과 힘으로 살아 돌아왔으니, 새로 태어난 기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며 노부모의 나무등걸 같은 두 손을 꼭 잡는다.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9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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