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백혈병,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지 우리 아들한테 이런 무서운 병이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멀쩡하던, 멀쩡하다 못해 축구선수로 뛰던 아들이 스케일링을 한 후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부모의 심정은, 말로 다 못한다. 피를 철철 쏟아내는 아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거류면 당동 골목 깊숙이 있는, 대낮인데도 어스름 같은 어둠이다. 올해 초 급성혈액암을 진단받고 투병 중인 서정진씨 부모가 운영하는 이 식당은 점심이 훨씬 지난 시간이지만, 손님상에 매운탕 한 그릇을 못 내놨단다. 이래서야, 집 한 채 값은 든다는 치료를 어찌 감당할지, 아버지 서병규씨는 속이 시끄럽다.
고성군 축구대표로 도민체전에 출전하고, 육상선수로 활약하던 건강한 아들의 급성혈액암 소식은 서씨 부부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아들 정진씨는 올해 초, 치아스케일링이 끝나자부터 입안에서 피가 철철 했다.
그러다가 마치 죽은 사람처럼 피부의 핏기가 싹 사라졌다. 며칠씩이나 멎지 않는 피 때문에 통영 어느 병원엘 가니, 큰 병원에 가보라, 다급하게 말했다. 경상대학병원을 갔더니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피를 멎게 하는 혈소판이 모자라 안멎은 것이라 했다. 그날부터 정진씨는 무균실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다.
하던 일 다 접고 시작한 식당은 여름이라 그런지 장사가 도통 되지를 않는다. 그렇다 보니 아들을 위한 간병인도 쓰지 못해, 정진씨는 혼자 지내야한다.
가끔 가서 맛있는 것도 먹이면 좋으련만, 먹고 싶다는 토마토주스도 그냥 먹지 못하고 일일이 삶아서 세균 없이 먹여야 한다. 세균에 감염되면 손 쓸 도리가 없다니, 26살 한창 나이에 정진씨는 먹고 싶어도 그림의 떡이다. 치료도 고통스럽다. 정기적으로 골수를 뽑아 체크해야하는 혈액암이다 보니 생살을 뚫고, 생뼈를 뚫는 고통은 차마 말로 다 못한다.
“1차 입원했을 때 3천500만원이 나왔습니다. 지역특정암으로 선정돼 보험혜택을 봤으니 다행이지, 보험 없었으면 병원비는 어떻게 했을지...” 처음 입원했을 때 수혈비만 650만원. 긴 한숨을 내쉬는 아버지 서병규씨는 앞으로의 병원비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자식 목숨을 돈과 맞바꿀 수도 없다. 이제 겨우 2차 치료니, 5차까지 병원비 마련이 큰일이다.
그래도 아들이 워낙 쾌활한 성격이다 보니, 치료를 포기하지 않은 것만도 감사한 일이라 한다. 처음에는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환자를 보고, 정진씨도 많이 낙담했다. 하지만 아버지 서씨의 말대로 “좋은 의사를 만난 덕에” 찬찬히 설명을 듣고 희망을 품었다.
아직까지 정진씨는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가 없다. 특히 혈액암은 재발이 워낙 쉽다 보니 5차 치료를 끝내고도 2년쯤은 통원치료를 하며 경과를 두고 봐야 한다. 장사라도 잘 되면, 아버지 얼굴에 주름살이나 덜 생길 텐데, 누워있는 정진씨도, 장사해서 병원비 마련해야하는 부모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다행히 정진씨 소식에 온정의 손길이 닿아, 많은 돈이 모이진 않아도 이웃 덕에 마음은 넉넉하다. 거류면체육회감독단모임(회장 박용국)은 지금껏 같이 활동해온 정진씨의 치료비에 보탬이 될까 싶어 일일찻집을 마련한다. 26일, 동부농협 근처 수궁다방에서는 정진씨를 위한 일일찻집이 열린다.
정진씨 어머니, 아버지는 “우리 아들, 이웃들 정성에 감사해서라도 씻은 듯이 털고 일어날 거라고 믿습니다”하며, 아들의 사진을 마치 아들이 앞에 있는 듯 쓰다듬고, 또 쓸어내린다.
* 정진씨를 도와주실 분들은 고성신문(674-8377) / 거류면체육회감사모(정진욱 010-7560-2599)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