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이길 참 많이 오르내리던 길이다.”
“소꼴 먹이고 나뭇짐지고 날마다 오르내리던 그 길 아직도 길이구나.”
“형님!저 비탈길은 묵었어도 흔적은 있습니다.”
“이렇게 억센 산길을 어이 뛰어 다녔을까요?"
머리들이 반백이 된 중년! 아니 중년도 넘은 남정네들의 들뜬 목소리가 가슴이 찡한 가을 산 속에서…
상리 산악회에서 지난 14일에 수태산을 거쳐 무이산을 등산했다.
가을걷이 마치고 마무리로 다들 바빴을 텐데 50여 명이 참석해 온 산이 사람꽃, 단풍꽃이었다.
일단 산에 드니 사람들은 거리를 망각하고 가을 자연 속에 여행온 설렘 뒤의 환희다. 앞에선 이끈다고 호각소리, 뒤에선 따른다고 야호소리!
몇 십 년 헤어졌던 선 후배의 상봉인양 산속이 방방거리니 빈 가지 끝의 푸른 하늘은 더 높아 진 듯 했다.
중턱 넘어 올라 서니 노루들이 뛰고 멧돼지의 출현으로 여자 회원들의 군중심리가 겁 없이 환호하며 뒤쫓다 이내 곧 추스러졌다.
놀라 뛰는 야생 동물들의 보호를 단속하는 산악회장님의 배려도 따랐다.
낙엽져서 훤한 산등성이를 뛰는 노루의 날램,산?돼지의 넘치는 힘을 내 눈은 처음 구경했다.
연장자들이 함께한 산행은 강행을 피한 탓에 만추를 만끽할 수 있었다.
떠날 때를 알고 훌훌 떠나온 낙엽들은 제 몸 녹여 제 나무의 거름이 되고 또 그 산의 흙 되어 흐를 자연의 섭리겠지만 우선 그 낙엽 밟는 소리 좋고 햇살은 포근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묵정논의 하얀 억새꽃 보자니 우리 아버지들의넋이 다가와 우릴 맞는듯 싶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수태산 정상이 좁아서 전 회원이 다 모일 수 없었다.
상리의 앞산 너머엔 자란만이 펼쳐져 있다. 떠 있는 섬들이 두런두런 손 맞잡아 호수를 만들어낸 그 바다에도 가을 햇살이 눈 부셨다. 다시 오른 무이산 정상에선 우리의 고향 상리가 훤히 보인다.
바라만 보며 살던 산에 올라 살던 터전을 바라다 보자니 어느새 가슴이 뜨거워옴은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부지런한 손 끝에서 추수를 마치고 보리갈이까지 마쳐 비운 듯이 펼쳐진 들판은 그저 비움이 아닌 봄을 기다리며 보리 파아란 연두빛 싹이 터 오르고 있을 것이다.
사계를 상리인과 함께 하며 해와 함께 눈 뜨는 산! 우린 함께 했었고 영원할 것이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어느 가수가 불러 대는 ~~기뻐할 때도, 슬퍼할 때도 우리 함께?있어주고, 지치고 아플 때에도, 슬프고 괴로울 때도 우리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살자는 내용의 유행가 가사 말이 그날 산행의 마무리를 장식해 주는듯해 더욱 가벼운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