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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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는 내일 오라할 정도로 못생겼다. 그래서 바다사람들은 못생긴 사람을 보고 “쑤기미 같다”고들 한다. 비늘이 없는 대신 지느러미와 가시에 독이 있어 Devil stinger(데빌 스팅거), 쏘는 악마라는 악명도 붙었다. 하지만 그 맛이 복어처럼 부드럽고, 입안에 넣으면 솜사탕처럼 사르륵 녹는다. 쑤기미는 그런 생선이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그 맛이 고성에 있다. 석귀선쑤기미탕의 김진욱·석귀선 부부는 벌써 13년째 쑤기미 요리를 선보인다. “쑤기미는 양식이 어려운 대표적인 어종이라 전부 자연산을 쓰고 있습니다”라며 자신있게 말하는 부부의 말. 부부의 소신은, 가족이 먹는 음식과 똑같은 것을 손님상에 내는 것이다.
10년 넘게 고성과 통영의 경계에서 식당을 하던 석귀선쑤기미탕은 몇 해 전 고성으로 무대를 옮겼다. 맛에 얼마나 자신이 있길래 이름을 내걸고 장사를 다 하나 싶다가, 남편이 손질하고 아내의 손맛으로 완성한 얼큰하고 시원한 쑤기미탕을 맛보면 그 이름, 내걸만 하구나 싶다.
철저한 분업이다. 남편 김진욱씨가 쑤기미를 능숙하게 슥슥 다듬으며 하는 말이 “처음에는 아귀처럼 잡히면 버렸던 생선인데, 먹어보면 그 맛이 최고 아닙니까”한다. 남편이 다듬은 쑤기미로 얼큰한 탕과 맑은 탕을 끓여내는 아내 석귀선씨는 “이름 걸고 하는 장산데, 손님들 입맛에 맞춰, 맛있고 정성스런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 도리지요”한다.
돌덩어리 마냥 보이던 쑤기미가 남편의 손에서 뽀얀 속살을 드러내면, 아내의 손이 바빠진다. 무, 미나리, 쑥갓, 청양고추, 양파, 고춧가루 등등 얼핏 봐선 셀 수도 없게 많은 양념이 들어가지만, 인공조미료는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탱글탱글한 살을 덥썩 베어 물면 비린내라고 할 수 없는, 고성 바다를 통째로 입안에 넣은 듯 바닷내음이 진하다. 그 짭쪼름하고 싱그러운 바다의 냄새와 향긋한 채소, 칼칼한 국물이 어우러져, 의지와 상관없이 우와 하는 감탄사만 만들어낸다. 쑤기미는 회로 먹으면 쫄깃쫄깃한 맛에 감탄하고, 탕으로 먹으면 부드러움과 시원함에 연거푸 두 번 세 번 놀란다.
6월부터 8월까지 산란기인 쑤기미는 여름이 제철이다. 쑤기미는 간기능 개선과 함께 숙취와 빈혈, 당뇨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민간에서는 이 못난 쑤기미가 허릿병과 간염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인다.
하일면 출신인 김진욱씨는 4대째 어업을 하고 있다. 생선을 대강 볼래야 볼 수가 없는 어부의 눈을 가진 김씨에게, 그래서 맛이 다르구나 말하려던 찰나 김씨는, 좋은 재료에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졌으니, 이게 바로 고향의 맛 아니냐 반문한다.
올 여름, 돌덩어리처럼 못생기고 독까지 있어 마비시킬 수도 있다는 쑤기미 한 그릇으로 원기회복 확실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문의) 석귀선쑤기미탕 67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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