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칭찬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뜻밖이네요. 어쨌든 기분은 좋습니다.”
강병원 내과전문의 박동희(40) 부장은 하일면 자란도 주민들이 한결같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의사다.
그는 지난 4월 중순께 여든이 다 돼가는 이 섬의 한 할머니를 진료했다. 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이웃 주민에게 업혀 온 이 할머니는 안타깝게도 대장암 말기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 와중에 생활마저 어려워 선뜻 진료비를 내고 그 많은 검사를 하기가 할머니로서는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박 부장은 이런 할머니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 기꺼이 진료비를 자신이 부담하면서 CT촬영, MRI 등 각종 검사를 해 주었던 것. 이 사실은 삽시간에 자란도로 퍼져갔다.
이규현 이장은 “사정은 딱하지만 요즘 같이 어렵고 힘든 시기에 선뜻 무료진료를 해 주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감사하다”면서 자란도 주민들은 모두 내 일같이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조그만 호의에 이토록 고마워 할 줄 몰랐다”면서 오히려 자신을 칭찬해주는 자란도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더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에서 내과전문의로 근무하다 강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처음에는 조그만 시골에서 의사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고생깨나 하겠다’며 만류도 심했다. 그러나 고성에서 첫 진료를 하면서부터 그는 확신했다.
의사인 자신의 재능을 가장 필요로하고 원하는 곳은 다름 아닌 조그만 시골 고성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순박해요. 의사를 믿어주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맡길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해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다지게 됩니다.”
그는 남들보다 1시간 먼저 출근하고 퇴근시간도 늘 마지막 순번이다. “근무시간에는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들을 한 사람이라도 더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요. 회진을 하기 위해서는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밖에 없죠”라고 말하는 그는 이미 강병원 환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많은 ‘젊은 의사선생님’으로 통한다.
그는 차트 위주의 진료보다는 대화를 통해 환자들과 마음의 벽을 없앤다. “환자들은 조그만 일에도 예민해지기 때문에 의사의 작은 배려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그는 전문의로서 가장 능력을 인정받는 40대 중반까지 고성에서 환자들을 진료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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