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이 약동하고 있다. 밑바탕에서부터 활기찬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불멸의 호국정신이 깃들어 있는 당항 구. 지난달 27일, 화려한 개막식을 가진 2009공룡세계엑스포는 불과 개장 10여일 만에 입장객 20만명을 훌쩍 넘어 섰다.
화려한 개막식에도 이미 미국, 일본,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적잖은 귀빈들이 참석해 그 빛을 더한 것은 물론 주중, 주말 고루 전국에서 수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조직위원회가 목표로 잡고 있는 입장객 168만명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엑스포 주 행사장 내 수변무대에서 펼쳐진 KBS 축하음악회에는 1만5천여명이 넘는 관객들이 빼곡히 모여들어 신록의 계절, 초봄의 낭만을 한껏 즐겼다. 이어 6일에는 ‘KBS네트워크’, 8일과 9일에는 마산 MBC의 ‘생방송 전국시대’, ‘열전 노래방’, 그리고 10일에는 KNN의 ‘생방송 금요일N' 등 인기 방송프로그램에 공룡엑스포 현장이 줄줄이 전파를 탔다. 유수한 신문들도 엑스포 소식을 담기에 지면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 고성인들로서는 이처럼 신나는 일이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정도다.
고성 들녘도 생명의 신비와 환희가 넘치는 희망의 벌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녹색 환경 혁명에서부터 한 단계 더 높은 생명환경 쌀 재배는 수천년 이어 온 전통 농업의 개념을 뿌리부터 바꾸는 새로운 시도이다.
비료와 농약, 제초제로부터의 탈피
이름 그대로 자연의 생명 그 자체를 우리의 주식인 쌀의 재배에 접목시키는 생명환경농업은 앞으로 쌀을 뛰어 넘어선 또 다른 농작물에 적용될 때 우리가 지금까지 배우고, 터득해 온 전통 영농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할지 모른다. 지난해 시범 재배 성공에 이어 올해도 그 효용성과 결실의 우수성이 입증된다면 아마 빠른 속도로 전국은 물론 세계적인 확산, 보급까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 고장의 뛰어난 영농 기술과 선구적 모험 정신이 타 시도의 부러움을 사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고성의 바다 또한 들끓고 있다. 이른 아침 훤히 트인 동해면 수평선, 붉은 태양이 불끈 솟아올라 온 누리를 비치는 시각부터 온갖 중장비 굉음이 해안선을 뒤흔든다. 어제가 옛날인 것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조선특구의 모습. 바닷가 산기슭, 비탈진 밭뙈기, 질펀하던 논빼미에 속속 들어서는 부품 공장과 우뚝 선 크레인이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우리군민 모두가 지난해 그토록 기뻐했던 조선특구 지정이 세계적 경제 한파로 부분적인 어려움은 겪고 있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우리 이웃의 모습을 이렇게 바꾸어 가고 있다.
해마다 줄어만 가는 군민숫자가 정말 오랜만에 상승 곡선을 긋기 시작할 때 우리 군민 모두는 얼마나 가슴 뿌듯한 희열을 느꼈던가! 우리 스스로도 놀라는 이러한 외형적 변화 속에 또 다른 속내는 어떤가? 하룻밤을 넘기기 무섭게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은 새로운 신흥부자들이 어제의 가난을 망각의 세계로 던져버릴 수 있게 만들었다. 어떤 군공무원의 말처럼 “우리 군을 부자로 만든 큰 수확”을 거둔 셈이다. 거기에 담긴 의미의 곱씹음은 일단 차치한 것이지만....
현재의 기쁨, 미래의 대비 반드시 곁들여야
최근 웅비하는 우리 고장의 상승기운이 꼭 위에 든 세 가지 사업에 의한 것만은 물론 아니다. 단지 이들 사업들이 우리 고장 발전의 대표성을 보이고 있어 그 예로 들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이들 사업들은 오늘의 현실에서 분명 우리의 밝은 미래에 희망을 던져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고 많은 우리 군민들에게 부푼 꿈을 안겨 주는 듯하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기대처럼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기에 미래를 대비하는 자의 이성은 불가피하게 바늘 끝처럼 예리해야하고 머리는 얼음처럼 냉철해야 한다. 더구나 그곳에 투입되는 크고 작은 예산들이 개인의 재산이 아닌 국민과 주민들이 애써서 내는 세금에 의한 것일 때는 더욱 그렇다.
우리가 눈앞의 기쁨에 도취해 있는 사이 우리가 보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한 거품은 없는지? 청사진이 담고 있는 규모는 적절하고 투자는 실용적인지? 실속보다는 전시적, 과시적 행정요소는 철저히 배제되었는지? 전문가 검토는 빠뜨리지 않았고 즉흥적인 요소는 모두 걸러졌는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석은 정확해야 하고 예측은 분명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면 이런 점들이다. 우리 군 예산 규모로는 과중하리만치 큰 예산이 투입된 공룡엑스포의 각종 시설물들은 행사가 열리지 않는 비수기에도 활용될 방안과 그 효용성이 충분히 검토되었는지? 열기 넘치는 행사 기간이 지나면 만에 하나 드넓게 펼쳐져 있는 각종 시설물의 유지, 관리가 알토란 같은 주민 세금을 잡아먹는 하마가 될 요소는 없는지? 농사란 본래 변화무쌍한 기후와 자연환경에 민감하기 마련인데 생명환경 재배 영농법은 이런 변화에 충분한 대응 실험을 거쳤다고 보아도 좋은지? 장마가 길어지고 온갖 병충해가 기승을 부려도 새로운 벼 재배법은 농약 없이도 벼 포기를 잘 지켜 얇기만 한 농민들의 지갑을 제대로 보호 할 수 있을지?
한동안- 아니 지금까지도 우리 경제의 탄탄한 성장 동력이 되었던 조선업은 5년 뒤, 10년 뒤에도 여전히 우리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저임금 조선 후발국들을 따돌릴 수 있는 경쟁력 우위 복안은 충분히 검토되고 있는지? 세계적 선박 수요의 추세 변화에 대한 미래 예측에 소홀하거나 빗나간 부분은 없는지?
열기를 더해가는 우리 고장의 성장 동력에 찬 물을 끼얹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고성의 발전을 기원하고 미래의 희망을 갈구하는 우리 모두는 앞에서 지적한 단순한 우려들이 그저 한갖 기우에 그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그리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안일한 행정 보다는 다소간의 모험을 감수하고도 앞으로 전진하는 힘있는 행정을 당연히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점을 십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경계와 감시의 끈을 놓칠 수 없는 분명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앞선 역사에서, 서로 다른 행정 단위나 기관에서 너무나 많이 저질러진 부적절한 투자, 과도한 예산 낭비, 빗나간 예측 등 무능한 행정 패착의 예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정말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새로운 투자가, 창조적 행정 시도가 비록 리스크를 안고 착수되더라도 반드시 뼈를 깎는 듯한 미래 지향적 고뇌가 선행되는 책임행정의 자세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