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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앞에서 멈칫했다. 다른 시골마을처럼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거나, 혹은 TV소리만 왕왕 울릴 줄 알았는데, 와하하 시원한 웃음소리가 경로당 앞 공원까 새어나온다. 장수마을이라더니.
90호가 조금 안되는 가구에, 230여명이 살고 있는 거류면 은월리 신은마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75명이나 된다. 그래서인지 신은마을에는 곳곳이 장수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이다.
마을 복판에, 회관을 마주보고 선 건물은 찜질방과 헬스장이다. 혈액순환과 신진대사 활성화 효과가 높다는 토르말린으로 아담하게 꾸민 찜질방은 신은마을 어르신들의 아지트나 마찬가지다.
허리나 다리가 찌뿌듯할 때 뜨끈한 구들장에 찜질을 하면 속이 후련해진다는 신은마을 어르신들은 찜질방 예찬론자가 다 됐다. 신은마을 경로당에는 올해 73살 먹은 정귀남 할머니가 막내다. 제일 언니는 김덕립 할머니. 올해로 95세다. 김 할머니는 5년 후면 백수를 맞지만, 눈이 조금 어두운 것 말고는 정정하다.
어쩌면 이 많은 연세에도 이렇게 정정하시냐고 물으니 장수마을운영위원장 허계씨 말이, “신은마을에서 나는 깻잎이며 시금치 같은 농산물에는 화학비료는 하나도 안들어가니, 그걸 먹고 사는 사람들이 건강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느냐” 반문한다.
아삭거리며 간식을 드시는 할머니들 틈에서 60대이신 분, 손을 들어봐 달라 했더니 아무도 손을 드는 이가 없다. 70대를 물으니 두 명이, 90대는 또 두 명이 손을 번쩍 든다.
그러면 나머지 할머니들은 연세들이 어떻게 되냐 물으니 나는 87살이오, 나는 85살이오, 한다. 65세 이상의 평균나이 80세, 장수마을이 괜한 말이 아니다.
신은마을은 지난 2006년부터 농촌장수마을로 선정돼 군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채소공동선별장부터 시작해 2년차에는 찜질방이 있는 건강생활방을 만들었고, 3년차인 지난해에는 어르신들이 농사짓기 편하도록 농기계를 구비했다.
방 두 칸짜리 경로당에는 방마다 안마의자를 들여놓고, 강병원과 1병원1마을 자매결연을 해서, 어르신들의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강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신은마을은 경로당에 옹기종기 모인 할머니들 말씀처럼, ‘노인이 살기 좋은 마을’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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