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가축 이동경로 관리 소홀
농가방역시스템 재점검 시급
고성군내 한우와 젖소에서 브루라의 잇단 발생으로 가축방역에 빨간불이 켜졌다.
군이 올 초부터 한우에 대한 혈청 검사를 전면 확대하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브루셀라 감염소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브루셀라 발생 원인은 방역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개인 소장사 등을 통한 문전거래와 양축농가의 ‘방역불감증’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이번 브루셀라 발생을 교훈 삼아 가축방역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만약 종합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의 인식저하로 축산물 소비위축은 물론, 막대한 살처분 보상비 지급 등 적잖은 댓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9개 농가에 78마리 살처분
올해 처음으로 지난 3월 회화면 김모씨 농장에서 사육하던 한우 30마리 가운데 1마리가 브루셀라 양성판정을 받아 살처분 됐다.
이후 혈청검사를 확대 실시한 결과 고성읍과 마암·영오·하이·개천면 등지에서 지난달 31일까지 잇따라 확인됐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들 지역에서 브루셀라 감염이 확인된 한우와 젖소는 9개 농가에 63마리로 나타났다.
군은 이들 감염소와 감염이 의심되는 소까지 모두 78마리를 살처분하고, 해당농가에 사육 중이던 가축에 대해서는 이동을 엄격히 제한했다.
마리당 평균보상가격이 150만원 선으로 볼 때 재산피해액만도 1억1천700만원에 이를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젖소에 대한 감염여부 조사는 꾸준히 실시했으나 한우는 올해부터 본격 조사하고 있다”며 “때문에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브루셀라 감염소가 무더기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군내에서 사육되는 한우에 대해 혈청검사를 전면 확대할 경우 감염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혹시나 브랜드사업에 차질 생길까…위기감 고조
한우 사육농가들은 고성과 통영·거제시 등 3개 축협에서 추진하고 있는 한우공동브랜드 개발사업에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8월 고성축협이 운영하는 생축사업장에서 한우 225마리 가운데 2마리가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이후 2차례에 걸친 추가 혈청검사 결과 31마리가 양성반응을 보여 감염이 의심되는 12마리와 함께 모두 살처분 했다.
군은 현재 이 생축사업장에 대해 가축이동을 제한하고, 정기적으로 혈청검사를 실시하는 등 특별 관리 중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통영시에서도 처음으로 브루셀라가 확인되는 등 한우공동브랜드 참여 시군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한우의 유입경로를 조사한 결과 거제시에서 사들여온 것으로 드러나 문제를 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우브랜드 참여 농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가들은 “이미 한우공동브랜드 사업이 본격 시작됐는데 만약 사업 참여농가에서 브루셀라가 발생할 경우 브랜드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소브루셀라 발생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문전거래’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인 소장사와 중개상 등을 통한 문전거래는 가축시장보다 비교적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한우 사육농가들 사이에서는 주된 거래방법으로 통한다.
또 지난해 6월부터 가축시장에서 거래되는 1세 이상 한우 암소에 대해 ‘브루셀라검사 증명서 휴대제도’가 시행된 이후 농가들은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문전거래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전거래는 한우와 젖소의 출처가 불분명한데다 브루셀라 감염여부도 판단하기 어려워 사실상 전염병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실제로 소 수집상과 중개상들의 사육 소의 브루셀라 감염률이 일반농장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농림부가 최근 전국 739명의 소 수집상과 중개상 사육 소에 대한 검사결과 브루셀라 감염률이 4.6%로 일반농장 2.2%의 2배 이상을 넘었다.
고성군내에서 발생한 브루셀라도 역학 조사결과 모두 문전거래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축농가의 ‘방역불감증’과 전염병 발생 때마다 고성군이 내놓는 ‘뒷북방역’도 문제다.
군의 가축이동관리와 방역이 소홀한 틈을 타 감염소의 불법 유통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재의 방역시스템 수준으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전체 한우에 대한 감염여부 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특히 문전거래 등 자율시장 거래는 언제 어떻게 이뤄지는지 파악이 불가능해 통제가 어렵다”고 말했다.
#농가 의식전환과 방역시스템 재정비 필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농가의 의식전환이 요구된다.
문전거래에 의존하던 농가들은 다소 불편하더라도 혈청검사를 거친 뒤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가축시장을 이용해야 한다.
또 사육 중인 소에서 브루셀라 증상이 나타나거나 의심될 경우 숨기지 말고 방역기관에 알려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구멍 뚫린 군의 허술한 방역시스템도 과감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브루셀라검사 증명서 휴대제도와 가축거래기록을 철저히 관리해 감염소의 불법 유통을 사전에 차단하고, 농가의 방역위생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
농가가 가입을 기피하는 축산업등록제도도 활성화해 등록 농가를 대상으로 방역시설을 갖추고 축사면적당 적정두수를 사육토록 하는 등 위생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10명 안팎에 불과한 공수의사 등 방역인력을 대폭 늘리고, 쥐꼬리만한 예산도 현실에 맞게 지원돼야 할 것이다.
특히 한우협회와 낙우협회 등 생산자단체를 통해 각 읍면별 명예감시단을 구성하면 가축의 자율적인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성군의 방역의지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민관이 힘을 모아 가축방역에 ‘올인’해야만 가축전염병 청정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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