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해 보약 같은 ‘고성쌀’을 찬미한다
고성쌀이 뜬다. 그래서 고성미송(固城米頌)을 읊어 보고자 한다. 왜? 친환 경 무공해 쌀인데다 밥이 찰지고 맛이 좋기 때문이다. ‘생명환경쌀로 지은 밥은 보약’이라고 그 품질을 보증하는 고성군수의 붉은 도장이 쌀가마에 찍혀 있기도 하다.
어째서 ‘보약’인가? 생명환경쌀은 화학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무공해 한약재료만 써서 재배한 까닭이다.
2008년도 추수때에 첫 선을 보인 고성쌀은 실로 모험적인 농업혁명의 결실이다. 오랜 연구 끝에 퇴비나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비료·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새로이 개발한 한약재로만 키웠다.
벼는 본시 무논에서 햇볕을 받으며 거름(비료)을 먹고 자란다. 수액을 빨아 먹고 벼줄기를 말려 죽이는 멸구 등 병충해를 막는 농약도 뿌려야 한다. 거름에는 사람·소·개·돼지의 똥·오줌과 썩힌 동·식물이나 광물질로 만든 퇴비와 질소 인산 칼리 등을 배합한 화학비료가 있다.
하지만 고성쌀은 확실히 다르다. 거름을 먹지 않고 농약 신세도 지지않는다. 귀하고 값진 한약재를 잡숫고 (‘먹다’의 높임말) 자라고 여물어진 고성쌀은 분명 귀족쌀이다. 그래서 값도 비싸다. 다른 쌀보다 두 배 가량 높은 가격인데도 불티나게 팔린다니 정말 기특하다.
어떤 한약재를 보약으로 먹었을까? 계피 감초 쑥 미나리 등을 영양소로 공급한다. 그리고 토착미생물을 이용하여 땅의 생명력(地力)을 되살린다. 우렁이와 미꾸라지로 논의 잡초를 제거하여 생육(生育)환경을 좋게해 준다. 못자리를 개선하여 포트육묘법(育苗法)을 쓰고 1평(3.3㎡)에 45포기(한 포기는 3알의 볍씨)씩 꽂는다. 듬성듬성 모내기를 하니 부채꼴 모양으로 활개치며 자라므로 벼 이삭을 튼실히 가꾸게 된다.
모심기의 일반적인 관행은 7~10알의 볍씨를 1평에 70~80포기씩 촘촘히 심는 것이다. 그랬더니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긴꼬리투구새우를 비롯, 풍년새우, 메뚜기, 우렁이알, 미꾸라지 등등 자연 생태계의 갖가지 생물들이 되살아남을 보게 됐다.
이것이 바로 상생공존 현상이 아닌가. 이렇듯 지력회복, 잡초제거, 한약재 영양공급, 자연생태계 회생 등 벼재배환경개선을 통하여 안전하고 영양가 높고 맛좋은 고품질의 ‘고성쌀’을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서울에는 팔도강산의 맛좋은 쌀이 모여든다. ‘생거(生居) 진천, 사거(死去) 용인’이란 말에서 따온 ‘생거진천쌀’, 호남 김제평야에서 올라온 ‘김제쌀’, 낙동강변의 ‘김해쌀’, 한강물로 자란 ‘김포쌀’, 강원도 ‘철원쌀’, 비무장지대의 ‘통일촌쌀’, 임금님 밥상에 오르던 ‘화성쌀’, 여주·이천의 명품 ‘아끼바레’(秋晴:맑고 푸른 가을 하늘)… 그러나 이제 새로 나온 21세기의 생명환경쌀, 신토불이(身土不二)의 ‘고성쌀’만큼 값 비싸고 맛 좋은 쌀은 처음 보았다.
왕조시대에 이런 쌀이 생산됐더라면 임금님 밥상에 올라가기 바빠서 일반서민들은 먹고 싶은들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초근목피로 허기를 달래던 40~50년 전의 춘궁기 ‘보릿고개’가 문득 생각난다. 기름진 벼를 추수하고도 공출(供出)한 나머지 콩깻묵을 씹어야 했던 일제(日帝)강점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쌀은 우리의 주식(主食)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은 수염이 석 자라도 먹어야 산다는 인간의 식욕(食慾)과도 상관된다. 쌀밥으로 배불리 먹은 다음에야 성욕 명예욕이 뒤따르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식이위천(食而爲天)이다. 배고픈 굶주림을 해방시킨 박정희 대통령은 1969년 ‘아끼바레’를 일본에서 도입, 장려품종으로 삼았다. 또 1972년부터 병충해를 잘 견디고 수확량이 2배 높은 ‘통일벼’를 강제보급, 1977년엔 총 660만톤을 생산했다.
이는 ㏊당 4.94톤이란 생산 수치로 세계 최초의 다수확량이었다. 당시 농림부는 미곡 수확량이 3천800만석 내지 4천200만석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1960년대 후반의 쌀 생산량 360만톤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었다.
정부는 “쌀로 떡 찧고 술 빚으라”했으니 실로 단군 이래의 쌀 자급자족(1980년대부터)이요, ‘녹색혁명’의 성공이며, ‘소비가 미덕’임을 노래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흐르고 시대는 바뀌었다. 이제는 양(量)보다 질(質)을 따지는 세상이다. 한때 미국산 LA쌀은 국산보다 5분의 1 싼값에 들여와 포장을 가린 채 5배 비싼 가격에 사먹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산 쇠고기나 LA갈비도 값싸고 맛좋기는 여전하다. ‘먹으면 죽는다’는 소위 광우병 소동에도 아랑곳 않고, ‘없어서 못판다’는 수입상의 '즐거운 비명‘이 이를 증명한다.
고성쌀은 국내의 이름있는 어떤 명품쌀보다도 우수한 특상품이다. 단백질 함량은 낮을수록, 완전립 비율은 높을수록 밥맛이 좋다는데 고성쌀은 이 기준에 특등급으로 합격한 완전미(Head Rice)라 할 수 있다.
벼 포기는 적게, 듬성듬성 심었는데도 수확량은 15~20% 가량 늘었다고 하니 이는 조용한 농업혁명의 성공이요, 고성인의 긍지를 드높인 쾌거라 할만하다. 비료·농약을 쓰던 종래의 작농법을 지양하고 미생물과 한약재 녹즙 발효액 등 한방식 ‘보약’을 먹고 자란 생명환경 고성쌀은 100% 무공해 자연쌀이다. 수확량은 20% 가량 느는데 생산비는 도리어 30% 가량 절약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은 일거양득의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이제 남은 것은 안팎으로 널리 홍보하여 시장 수요를 늘리는 일이다. 고성군 당국은 고성군의회와 손잡고 고성·통영 출신 이군현 의원의 소개로 지난해 1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성쌀 홍보·전시회를 갖고 시식회도 베풀었다.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다수 참석, 축사와 함께 감탄사를 연발했다. 수도권에 사는 고성 사람들도 100여명이 나와 박수치고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동짓날, 음력 설, 정월대보름 등 명절을 겪으면서 밥상과 제상에 오른 고성쌀은 국내외 ‘최고 진미의 명품쌀’ 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무공해 보약 고성쌀이 나오기까지 연구·실험에 땀 흘림을 아끼지 않은 자연농업연구소 조한규 소장의 열정을 칭찬하며 3기(수기 열기 공기) 2열(천열 지열) 3체(천체 지체 기체)를 더 탐구, 좋은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시작이 곧 반이라 했으니 반을 성취한 고성군 당국은 279농가 863필지 150ha에서 거둔 보약쌀 825톤을 홍보하고, 이를 더 더욱 잘 키우고 넓혀서 ‘고성군 농업혁명’의 금자탑을 성취하기 바란다. 고성쌀을 사 먹는 사람은 삼신산(三神山)의 불로초를 복용한 듯 누구나 100세 장수하시길 빌어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