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지역의 지방자치단체가 사교육 욕구를 해소하고 인재를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며 경적으로 ‘공립학원’을 설립하고 있다. 공립학원의 원조는 전북 순창군의 ‘옥천인재숙’이다. 2003년 문을 연 이곳은 성적이 우수한 중3~고3 학생 200명을 선발해 전원 합숙시킨다.
학생들은 서울, 광주에서 초빙된 전문강사 16명에게서 국어, 영어, 수학 강의를 듣는다. 교육비, 기숙사비, 교통비 등 연간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모두 군에서 지원하는 탓일까.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 명문대 진학 성적 면에선 뚜렷한 성과를 냈다.
순창군 관계자는 “서울대 합격생이 나온 것은 15년 만이다. 감소하던 인구도 증가세로 반전, 전북 14개 시군중 유일하게 매년 300~500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옥천인재숙 모델을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 관계자들이 줄지어 순창군을 찾는다고 한다.
경남 합천군도 2005년부터 기숙사와 11명의 학원강사를 갖춘 ‘합천종합학습관’을 운영 중이다. 군에서 매년 8억원을 지원하며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올해 초 고교생 160명을 선발하는 시험에 430명이 지원, 2.7대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이다. 밀양시도 공립학원인 ‘미리벌학습관’을 열고 서울 등에서 학원 강사를 초빙, 시험을 통해 선발된 학생 240명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곡성군과 강원 횡성군, 경북 봉화군은 대도시 유명강사를 초빙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곡성군은 2005년부터 광주의 유명 학원 강사 17명을 모셔와 관내 곡성고와 옥과고에서 매일 3시간씩 입시지도를 하고 있다. 시간당 7만원의 강사료는 물론 연간 운영비 3억원을 군 예산에서 지원한다. 횡성군도 수도권 입시학원과 협약을 맺어 군내 중·고생을 대상으로 주중에는 온라인으로, 주말에는 출장 강사의 오프라인 강좌를 열고 있다. 봉화군도 주말마다 옛 군 청사에서 입시 강의를 하고 있다.
공립학원 설립을 추진 중인 자치단체도 줄을 섰다. 경남 산청군은 12억원을 투입, 1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형 학원을 짓고 있으며, 하동군도 공립학원 ‘하동숙’을 짓고 있다. 또 전북 김제시, 완주군, 진안군 등도 순창군의 옥천인재숙에 맞설 학원을 만들 계획이며, 강원 정선군과 충북 단양군 등도 비슷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처럼 잇따르는 지자체의 공립학원 설립에 대한 비판과 논란도 만만치 않다. 지자체가 공립 학원을 설립함에 따라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일부 학생들에게만 집중돼 교육 양극화를 불러온다는 주장과 지자체가 앞장서 경쟁을 부추기고 입시 위주의 교육에 학생들을 내모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비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농산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가 공립학원 설립에 앞 다투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우수한 학생들을 묶어둬 인구 유출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경남도내에서는 처음으로 학습관을 운영해 온 합천군 교육발전위원회는 ‘외지학교 전학률 감소’라는 평가 결과에 한껏 고무돼 있다. 몇 해 전 군내 중학교 졸업생 526명 가운데 213명(40.5%)이 외지로 나갔지만 학습관 운영이 본격화된 2006학년도에는 총 378명 가운데 81명(21.4%)만이 합천을 빠져나갔다.
군 관계자는 “학습관 운영 이전의 전학률은 초등학교가 7∼8%, 중학교가 3∼4%에 달했으나 올해는 각각 2.9%와 1.4%로 감소했다”며 “여러 가지 논란도 있었지만 이제는 안정적인 단계”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