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깡마른 체구에 낡고 해진 운동화에 발을 꿰어 신고, 난닝구(라고 해야 맛이 난다)만 하나 달랑 친 채로, 볼은 쑥 꺼져있다.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오던 ‘전쟁의 상처’를 막 벗어날 때쯤이었을 테니 좋은 것만 먹고 자란 요즘 선수들 같을 리가 없다. 말 허벅지 같은 근육도 없이, 가을볕에 눈이 부셔 잔뜩 찌푸린 얼굴들. 1965년 고성라이온스클럽에서 열었던 마라톤은 그랬다.
상품도 지금 같지 않았다. 인상을 잔뜩 그린 선수들 앞에 놓인 상품들은 쌀통이며, 알 수 없는 트렁크, 역시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가방이 전부다. 요즘은 당연히 있는 세탁기 상품도, 냉장고 상품도 없다.
입상한 선수들은 찡그린 얼굴인데 빼꼼히 내다보는 단발머리 소녀는 신기한 얼굴이다. 저 뒤의 아가씨들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선수들과는 반대로 활짝 웃고 있다. 하긴, 저 나이는 말똥만 굴러도 꺄르르 웃을 나이니까. 44년 전이니, 고성 제1회 마라톤대회에서 스물 남짓했을 까까머리 선수들이 이제 환갑을 바라보고 있거나, 환갑이 지났겠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이 대회가 얼마 전에 열린 제8회 고성마라톤대회의 전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7천명이 넘게 모인 지난 1월 마라톤대회가 8회를 맞고, 이봉주 선수를 등에 업은 대회가 아닌 전국의 마라톤동호회가 참가해 즐기는 대회로 거듭나기까지, 어쩌면 사진에 인상 쓴 저 선수들이 고성 체육의 터를 잘 닦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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