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대입 업무를 넘겨받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 15일 열린 회의에서 대입전형방법 다양화 방안부터 로스쿨 정원확대, 사학법 폐지, 교원평가제 시행, 대학재정 확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논의하고 정부에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핵심 쟁점은 역시 대입자율화였다.
2010년도 대학입시부터 계열별로 획일적인 현행 논술고사 대신 모집단위별로 차별화된 논술고사가 대학별로 도입된다고 한다. 선진형 입학전형 방식을 시행·확산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고 시험 점수 위주의 전형 방식을 개선키로 한다는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대학마다 선발기준이 차별화되고, 학생 적성과 잠재 능력을 고려한 선발이 강화되어 대입의 기본 방향이 점수 위주의 한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바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대입 자율화가 고교 교육의 틀을 흔드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사교육을 줄이고 고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 학교 교육으로 대비할 수 없는 난해한 논술고사를 출제해 학생과 교사를 혼란스럽게 해서는 안 된다. 학업 성적만 아니라 소질과 잠재력을 고루 평가하는 방식의 입시가 정착될 때 고교 교육도 점수 따기에서 벗어나 학생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정상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상적으로는 교육의 결과가 학생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완전학습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람직한 대학입학 제도는 모든 대학이 개방되는 평생교육체제를 갖춰야 하며, 정부의 정책은 바로 이러한 제도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재능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장학금의 확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들도 학업성취도 중심의 학생선발 방식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한다. 교육은 성적 우수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록 성적이 우수하지 못할지라도 이들을 수월성을 지닌 존재로 키워낼 때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서 대학입시 제도를 되짚어 봐야 할 때다. 이 이상 더 학생 선발 방식에서 주춤거려 세계 속 경쟁에서 뒤처지는 어리석음을 부릴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적 권한 부여는 하루라도 빨리 대학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로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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