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그때는 매일같이 논두렁길을 뛰어가며, 여름에는 개울에서 발가벗고 목욕하고, 먹을 게 없으니 남의 집 목화밭에 숨어들어 목화서리 하다가 주인한테 들켜 책보따 뺏기고 울면서 집에 가곤 했다. 대안초등학교 14회 졸업생들은 그렇게 전후시절을 지났다.
태어나기 직전 한국전쟁이 발발해 철이 들 때까지 전쟁의 상처와 고통, 폐허가 된 한반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때는 모든 사람이 어렵게 살던 때였다. 미국서 온 강냉이 가루 좀 더 먹겠다고, 우유가루 좀 더 얻겠다고 책보를 허리에 멘 채로 새치기까지 해대던 시절이 있었다.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던 시절에는 대안초등학교도 전교생이 300명이 넘었다. 젊은 사람들이 점점 도시로 옮겨가면서 학생들이 줄어들어 대안초등학교는 1993년 폐교되고, 고성초등학교와 통합됐다. 지금 대안초등학교 자리에는 항공부품을 만드는 회사가 들어섰다.
대안초등학교 14회 졸업생들이 책보 메고 논두렁을 누빈지도 45년이 지났다. 까까머리, 단발머리 아이들은 벌써 50대 후반의 아저씨, 아줌마가 됐다. 보통의 아저씨, 아줌마가 아니다. 국세청 조사국 박인목 이사관을 필두로, 사법고시, 행정고시 출신은 기본이다. 고향을 지키고 사는 사람도, 고향의 이름을 빛낸 사람도 있을 게다.
졸업한지도 벌써 45년, 세월 따라 빛이 바랜 졸업사진을 꺼내보다가 문득 그 시절의 추억이 친구들의 까까머리, 단발머리와 함께 떠오를 게다. 몇몇 동문들이 동기회를 만들어 동문을 찾는단다.
세월이 더 가기 전에, 그래서 14회 졸업생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한 번쯤 모여서 술잔도 좋고 찻잔도 좋고, 잔을 기울이며 옛날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45년 전 운동장을 휘젓던 그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얼굴들을 만나보는 건...
※동기회 연락처 - 총무 이광수 010-7234-4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