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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원식이, 엄마 없인 못 살아”

대학생 누나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겨우 생활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9년 01월 16일
ⓒ 고성신문

눈이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동네가 떠나가라 인사를 한다. 수남리에서 제일 높은 언덕쯤에 있는 원식이네 집에서는 배가 빵실빵실한 강아지 두 마리가 공공공 짖는

다. 원식이가 돌아보며 “우리 강아지예요. 내가 밥 주고 키우는 거예요”하며 집으로 쏙 들어간다.



원식이네 집으로 들어서니 썰렁하다. “엄마랑 누나는 목욕 갔어요. 이렇게, 이렇게 목욕”이라며 비누칠 시늉을 하는 원식이 표정에 살짝 난감한 기운이 스친다.


 


손님이 왔는데, 아무도 없으니 원식이는 당황했나 보다.
원식이는 올해 스물한 살이 됐다. 하지만 이름이 뭐냐 묻는 질문에 정원식이라고 똑똑히 발음하지 못하고, 이름을 쓰지도 못한다. 하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이다. 그러다가도 벌떡 일어서 누나 가방이며 장롱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지체장애와 함께 과잉행동장애. 원식이는 한 가지 일에 오래 집중하지 못하고, 울컥하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 그래서 원식이는 혜광학교에 다닐 적에 화가 나면 주먹이 먼저 나갈 정도였다. 그나마 사랑나눔공동체에 다니면서 원식이는 선생님 말도 잘 듣고, 뭐든 먼저 해보려는 학생이 됐다.



원식이 아버지는 학교에서 서무를 보셨다. 원식이 말이, 고기를 드시다 돌아가셨단다. 그 말인즉슨, 술을 한 잔 하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말인 듯하다.



아버지는 장애가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원식이네는 수입이 없어져버렸다. 원식이 엄마는 전화통화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 묻는 말을 이해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대전에서 대학교에 다니는 누나가 방학 때면 내려와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한다. 누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금 원식이네 집의 수입은 누나의 아르바이트 월급 조금 뿐이다. 누나가 버는 돈으로 엄마와 원식이, 누나까지 세 명의 식구가 살림을 꾸리면서 누나 학비까지 써야한다.



갑자기 원식이가 벌떡 일어서서 말한다. “아홉시 반인데 왜 아무도 안 오지. 목욕갔나, 장에 갔나”하며 전화번호 책을 찾는다. 시계를 보니 시각은 오후 세 시 반. 원식이는 숫자도 글자도, 시계 볼 줄도 모른다. 엄마도 마찬가지니 누나가 개강하고 대전으로 가버리면 엄마와 아들 둘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 없다.



하지만 원식이의 엄마 사랑은 세계 제일이다. 아홉시 반인데 아무도 안 온다는 원식이한테 언제 자느냐 물어보니 아홉시 반에는 안 잔단다. 이어지는 원식이 말이, 엄마가 오면 같이 자야한단다. 그 말이 안쓰럽기보다도 웃음이 슬며시 새어나올 것처럼 밝기만 하다.



원식이는 원래가 활동적이고 움직임이 많다. 그리고 자전거 타는 건 경륜선수 저리 가라 한다. 자전거 얘기가 나오자 원식이 얼굴이 환해진다. “저번에 자전거를 타다가요. 고장이 났어요”하며 세워둔 자전거 앞에 선다.


 


그러다가 사진을 찍자니 자전거 위에 올라서며 브이를 그린다. 같이 간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이 친구는 워낙 활동량이 많은데다 체력적으로도 뛰어나서, 다른 친구와 같이 장애인 경륜선수로 신청을 해볼까 싶습니다”란다.



원식이는 그 말을 알까. 뭐가 제일 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러자 원식이는 배시시 웃기만 한다. 그 얼굴에 잠시 스치는 표정이 장애를 가진 아이가 아닌 보통의 스물한 살 청년의 얼굴이다.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9년 0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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