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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한우농가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한우가격을 제대로 받아 한우농가도 어를 펴고 살기를 바랍니다.”
고성군 마암면 보전리 보대마을 산기슭에 족히 200마리는 넘어 보이는 누렁소들이 음메~ 긴 울음을 빼고 있다. 그 모양이 마치 그림 같다. 이희대 씨는 이곳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 나는야 흙에 살리라
“소를 키우는 일은 힘이 많이 필요해요. 새벽같이 일어나 소를 먹이고, 축사관리하고...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지금 농촌에는 젊은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예요. 그러니 저라도 고향을 지키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죠.”
보전리에서 젊었다기 보다 ‘어린’ 축에 속하는 이희대씨는 마치 예전 노래가사처럼 ‘흙에 살리라’는 마음으로 학교마저도 축산과를 택한, 골수 농사꾼이다.
1993년 한우 10마리를 사들인 것이 이 씨와 한우의 첫 인연. 지금은 번식우와 거세우를 중심으로 200마리의 한우를 키우고 있다.
10마리부터 시작해 200마리의 대농이 되기까지 위기가 없었을 리 없다. 한우를 키우는 것이 천직이라 생각하고 열과 성을 다해 키우면서 10마리가 100마리로 불어났던 97년 소값 폭락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1998년 IMF 사태까지 직면하면서 소값 폭락은 이 씨만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라, 당시 한우농가들은 줄줄이 파산했다.
아내 이정애 씨는 “그때는 솔직히 경제적으로 어려워 한우를 포기하고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길 바랐지만 남편의 한우 사랑을 꺾을 수가 없었다”며 “정말 소처럼 우직한 남편을 묵묵히 뒷바라지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남편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동업자다.
# 한우농장의 차별화가 살 길
“그래도 소 키우는 일이 좋았는데 어쩌겠어요. 그 당시에는 내가 살아남으려면 소처럼 우직하게 참고 견디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전화위복이 됐던 겁니다.”
소값이 곤두박질치던 그 당시를 이 씨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당시 농촌의 전형적인 축사와는 달리 정기적인 소독을 통한 청결 유지를 첫 번째 목표로 삼고, 축사 환경을 차별화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인지 한울농장 소의 품질이 우수한 것을 점차 인정받게 됐고, 이 씨의 한우사업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자꾸만 치솟는 사료값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이 씨는 콩과 비지를 헐값에 구입하고, 동네에 지천으로 자라 있는 풀을 베어 급여하는 등 사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거듭했다. 덕분에 이 씨의 농장은 사료값에서 걱정을 덜게 됐다. 이 씨는 현재 청보리를 이용해 높은 사료값을 절감하고 있다.
이러한 이 씨의 노력과, 지속적인 소값 상승으로 이 씨의 한우사업은 안정적 소득원으로 자리를 지켜 나갈 수 있었다. # 이 땅위의 자존심, 한우
“사실 지금은 한우사업을 비롯해서 나라의 근간이라고 하는 농업의 모든 면이 어려운 시기입니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며 칠레산 과일 등등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은 농업의 위기라고 볼 수 있죠.”
수입개방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불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심리적 불안이 가중되고 사료가격폭등,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한 소비위축, 대형마트 3사의 대대적 쇠고기 홍보 판매 등으로 쇠고기 가격 하락이 한우 농가를 위기로 몰아가는 사태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소비자의 지갑은 열릴 줄 모르고, 쇠고기를 비롯한 모든 부분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한우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사료값 폭등으로 경영악화현상을 보이며 한우산업이 갈수록 힘든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등 한우사육농가들은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이희대씨는 ‘이 땅 위의 자존심’인 한우를 민족 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각오를 다지고, 한우를 지켜 나갈 생각이라며 강한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원산지표시제 정착, 유통감시활동 강화, 쇠고기 이력 추적제 실시로 인해 안전한 축산물은 소비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한우농가는 경영비 절감과 고급육생산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청보리 확대 생산으로 사료값 50%이상을 절감해 안전한 고품질 축산물 생산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기축년, 한우를 희망으로
이희대 씨는 현재 전국한우협회 고성군지회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에게 한우사업의 체계적인 관리와 브랜드 활성화는 우선 해결해야할 숙제다.
“지역 한우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인 한우지원 사업을 통해 농가 소득증대에도 크게 기여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경영난을 잘 이겨 내고 기축년에는 사료값이 내려 한우농가의 경제가 하루 빨리 안정적인 계도에 접어들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소띠해인 기축년에는 오천년 역사를 같이 해온 한우를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지길 기원해 봅니다.” 다부지게 말하는 이 씨의 눈에는 희망과 자신감이 함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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