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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소해의 소망

김열규 논설위원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8년 12월 30일











▲ 김열규 논설위원
바다를 드넓게 내다보고 있는 고성의 새 해 새 아침, 그것은 너무나 눈부시다. 여명(黎明)의 전형이고 신생의 으뜸이다. 고
성 바다의 새 해의 해돋이를 맞는, 그 순간 우리들 누구나, 물마루 차고 오르는 햇살이고 싶다. 아니 갓밝이의 햇살이 된다. 그건 새 새 해 새 아침에 부치는 우리들 고성사람들, 누구나의 기도요 다짐이다.



한데 새 해는 소의 해다. 그러기에  우리 고성사람들은 새 해 새아침, 여명의 수평선 너머, 해돋이에 걸어서 소의 의미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새 해에 거는 우리의 소망은 황소의 머리처럼 우람하고 그 등판처럼 다부져야 할 것이다.



황소라면 절로 맹사성(孟思誠)이 생각난다. 조선왕조의 대표적인 명 정승(政丞)이던, 그는 온양으로 귀향할 적마다 소를 타고 갔다고 알려져 있다. 소 등에 비스듬히 걸터앉아서는 긴 담뱃대 물고 부채로 햇살 가리면서 그는 고향 길을 갔다. 이 장면을 실수로라도 초라하다고는 하지 말자.


 


그 광경은 무척 곰살갑고 뜻이 깊다. 소등에 올라 탄 정승이 오늘의 우리들에게 일러주는 바는 귀하고 값지다. 무엇보다 서두르지 말라! 무엇이나 뜸 들여서 느긋하라고, 생각 익혀서 차분하라고 타이르고 있다. ‘빨리! 빨리!  어서! 어서!’, 그런 발광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들 인생의 걸음, 한발 한발이 진중하라고, 일러주고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 한국인을 그리고 그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그 게걸대는 조급증(躁急症)을 말끔히 다스리라고, 그 방정맞은 졸속주의를 청산하라고 훈계하고 있다. 기축년 새해에 우선 이를 다짐 두어야 한다.



한데 이것만은 아니다. 소가 감당해내는 밭갈이와 논갈이의 그 중노동을 우리들은 인생의 경영에서도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짐 나르고 옮기는 그 고역을 우리들 인간도 도맡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일차적으로는 고통과의 겨루기다. 투쟁이다. 괴로움에게 이를 악물고 덤비는 악바리의 기개요 정신이다. 쓰러졌으면 쓰러졌지 물러서지 않는 강단이다. 그러나 노동하는 황소의 오기는 마침내 고통을 안아 들이고 받아들이게 된다. 묵묵히 ‘그래 고통이여! 너 잘 왔어, 어디 한 번 해보자고!’ 황소는 노동하는 온 몸으로 이같이 말한다.



한데 필경 그건 땀에 대한 긍정이고 땅덩이를 받아들이는 일이다. 노동하면서, 일에 열중하면서, 온 살갗, 온 몸에 저리게 되는 땀의 받아들임이다. 오늘날 우리는 땀이라면 질색이다. 경솔하고 경박하게, 쾌락주의에 함몰해서는 고통과 땀에서 도망가려고만 드는, 그 못난 우리는 뉘우쳐야 한다.



고난을 감당해내는 땀을 보물 받들 듯이 해야 한다. 기축년 새 해! 다함께 땀을 섬기고 받드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소에 걸어서 다짐 두고 싶다. 그 다짐을 우리 소가야 사람들은, 고자 가야 사람들은 저 물마루 너머, 정월 초하루의 해돋이에 걸어서 굳히고 또 굳혀야 할 것이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햇살처럼 밝고 환한 마음으로, 소처럼 고통도 고생도 마다 않고 일하며, 땀 흘리는 365일! 그것이 우리 고성사람들의 기축년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고 또 빈다.

고성신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8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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