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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 배달의 농사형제 울부짖던 날….”
지난 80년대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나 불려졌던 농민가가 20여년이 흐른 지난달 28일 고성군청 앞에서 또 다시 울려 퍼졌다.
전날 국회 상임위의 쌀협상 비준안 통과에 분노한 군내 농민들은 이날 하루 일손을 놓은 채 ‘농민 총파업’에 동참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병원 앞에 모여 고성군청까지 시가행진을 벌인 농민 200여명은 미리 준비한 산물벼를 군청광장 바닥에 가득 부었다.
동시에 볏더미를 애워 싼 20여명의 농민들은 손에 든 ‘쌀협상 비준안 통과반대’라는 깃발을 한꺼번에 꽂으며 들끓은 분노를 표출했다.
이어 트럭에 실고 온 벼포대를 쌓아 군청 입구를 봉쇄한 농민들은 바로 앞 도로에 집결했다.
차디찬 도로바닥에 주저앉은 농민들은 정부의 졸속한 쌀협상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안태완 농민회장은 “쌀협상에서 실제 우리가 얻은 것보다 내준 것이 더 많다”며 “정부가 졸속한 협상을 통해 우리의 주권이며 생명인 농업을 죽이려 한다”고 비난했다.
장기원 쌀전업농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더 이상 대화를 통한 비준반대에 머무르지 않고 강력한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농기계를 이용한 고속도로 서울상경투쟁, 대규모 서울농민대회뿐 아니라 13일부터 열리는 부산 아펙(APEC)회담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반발이 거세지자 이학렬 군수와 이재호 의장이 집회현장에 직접 나와 성난 농심을 달랬다.
이학렬 군수는 “울분과 원통한 마음으로 함께 자리하게 됐다”며 “내년 공룡엑스포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금의 일부를 농업에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군수의 이 같은 발언에 일부 농민들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오늘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수 있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오후 2시께 농민들이 자진 해산하면서 끝난 이날 집회는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으나 이 일대의 교통 흐름이 혼잡을 빚었다.
한편 군내 농민단체들은 방송선전전과 마을 간담회를 계속 이어가며 오는 10일 나락 적재 집중투쟁과 함께 이날부터 군청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18일 부산에서 열리는 10만 전국농민대회와 23일 서울서 예정된 30만 전국농민대회에 동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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