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고성신문 | |
생명환경농업의 공신이었던 왕우렁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외래종으로 분류, 환경부로부터 퇴출명령이 내려져 내년도 생명환경농업에 또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고성군은 올해 3천여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생명환경단지에 약 7톤 가량의 왕우렁이를 구입해 살포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왕우렁이’가 퇴출해야 하는 외래종으로 분류한 반면, 농림수산식품부는 친환경농업에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권장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농림부에 “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인 왕우렁이 때문에 국내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며 “내년 농사부터 왕우렁이를 이용한 벼 생산을 최대한 억제해 달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했다. 환경단체는 황소개구리, 외래종 민물고기 베스 등이 우리 하천에 유입돼 생태계를 크게 파괴한 사례를 거울 삼아야 한다며, 왕우렁이 퇴치에 강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몸집이 토종 우렁이의 2배 정도인 왕우렁이가 논바닥에서 인근 하천 등으로 유입되면서 수초를 닥치는대로 먹어 치우고 토종의 서식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왕우렁이는 육질이 질기고 껍데기가 두꺼워 식용으로도 활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먹이로서도 적합하지 않아 개체수를 줄이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생명환경농업을 한 고성지역에도 왕우렁이가 크게 번져 생태계가 교란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고성하수처리장 인근 고성천과 간사지 앞 등 곳곳의 하천과 농수로에 왕우렁이 알이 수없이 붙어 월동을 하고 있다(위에 사진).
이에 대해 고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왕우렁이가 영하 3도면 월동할 수 없어 아직 정확한 피해나 생태교란 등에 대해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생명환경농업단지에 왕우렁이를 살포할 경우 하천이나 농수로로 빠져 나가지 않도록 방제막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 야생동·식물’로 지정되면 법규에 따라 수입 및 방류 금지는 물론 즉시 퇴치에 나서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왕우렁이를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로 지정, 관리하는 자체 방안을 마련해 놓고도 농림부의 요청에 따라 공표를 계속 연기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언제까지나 덮어둘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왕우렁이는 수생식물과 토종 민물고기마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다. 이런 탓에 고성의 자연하천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토종 우렁이도 자취를 감추는 등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하고 있다. 통영환경운동연합은 “주변 수로를 따라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기초생태계 교란으로 환경재앙이 될 것”이라며 “광범위한 실태조사에 이은 관리대책이 하루빨리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주민 이모씨(마암면)는 “왕우렁이가 강원도에서 월동을 할 만큼 생존이 강한데, 고성의 겨울 평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있어 왕우렁이가 서식하기 좋은 기후조건”이라며 “생명환경 농업도 중요하지만 자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우리의 자연환경을 잘 보전해 지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왕우렁이를 활용한 생명환경농업 재배 면적을 크게 늘린다는 점이다.
친환경 벼농사가 어려운 농촌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농림부와 지자체, 농민들은 “벼 친환경 농법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왕우렁이를 퇴출시키면 친환경 벼농사를 모두 망칠 수 있다”며 환경부 요청을 거부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왕우렁이의 폐해가 환경부의 주장처럼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억울한 왕우렁이’의 입장을 대변해 정부와 연구기관, 농민단체가 공동 참여하는 실태조사를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왕우렁이가 논에서 자라는 잡초, 해충 등을 잡아먹기 때문에 생명환경농법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열대지방이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타이완에서는 벼농사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양식이 금지됐고, 일본은 1984년 검역해충으로 공식지정했다. 왕우렁이는 번식력이 워낙 강해 한 달에 2천여 개 알을 낳고, 60일 만에 성체로 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