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이 낳은 한국학의 석학 그리고 지식의 거장. 화려한 수식어가 과하지 않다 싶을만큼 김열규 교수는 고성의 자랑일 게다. 먹이 때 고향을 떠난 그가 인생을 잘 살아냈구나 싶을 때 고향으로 돌아오더니, 이번에는 한국인의 마음속을 낱낱이 훑어냈다.
70대의 노학자인 그가 요즘 젊은이들 못지않은 명쾌하고 시원한 한 마디 한 마디로 엮어낸 책 ‘멋지게 맛나게 신나게 엔터테인먼트’에서 엔터테인먼트라는, 발음조차 어려운 이 말이 그의 해박한 지식으로 정의가 내려졌다.
오락, 위락, 향락 등등 온갖 락(樂)들이 신문이며 TV며, 눈 가고 손 가는 곳마다 도배된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 그는 엔터테인먼트, 그의 식대로 ET를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시골 출신이라 시골에 익숙할 것이고, 옛날의 흥이 아직도 남은 시골에 살고 있으니 이 노교수에게 엔터테인먼트라는 어려운 단어는 곧 ‘흥’일 게다. 그래서 책 제목조차도 멋지게, 맛나게, 신나게 라며 흥을 잔뜩 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김열규 교수는 특유의 화법으로 독자들에게 삶과 문화가 온통 ET라고 설명한다. 그가 미국에 건너간 지 서너달 되던 때에 겪은 콤뱃존(Combatzone)의 교훈과 그가 생각하는 잘 놀고 잘 입는 법, ET라는 용어의 정의와 어원. 베토벤의 편지가 담고 있는 속뜻, 우리네 흥과 별반 다르지 않을 법한 서양의 카니발과 축제 등등 그의 글은 막힘없이 술술 ET에 대해 풀어놓는다.
김열규 교수는 머릿글에서 온 세계가 ET 공간이라 명명하며, ‘ET의 속내를 캐고 따지고 하는 일은 오늘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명기한다.
특히나 흥이 많은 민족인 한국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ET 그것을 모르고는 이제 누구나 백치가 되고 멍청이가 될 게 뻔하다.’ 노교수의 고집이고 아집 섞인 말이 아니라 그가 한국인이고, 그가 아직도 흥이 절로 나는 고향 고성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국문학자이면서 민속학자인 그의 ET에 대한 정의,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그의 경험과 신화, 일화. 이조차도 어쩌면 엔터테인먼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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