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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의 가을


황선자주부기자 기자 / 입력 : 2005년 11월 11일

가을이 익어 갑니다. 푸르디푸른 가을 하늘아래 내 어머니의 가을은 더욱 알차게 익어 갑니다.


 


가을만 되면 내 어머니는 부자이시다. 돈이 많은 부자가 아니라 마음이 넉넉한 부자이시다.


 


그렇게 가을은 내 어머니의 마음을 살찌우며 영글어 가고 있다.


칠순을 눈앞에 둔 내 어머니는 아름다운 시골 여인이시다.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라고 또 그 시골이 지겹지도 않은지 아직도  그 시골을 벗어나지 못하고 시골을 지키고 계신 내 어머니는 분명 아름다운 시골 여인이시다.


 


평생을 예쁜 옷 한번 못 입어 보고 예쁘게 꽃단장 한번 못해 봤을 내 어머니…


 


아흔셋 되신 시어머니 수발에 당신은 어른도 한번 못되어 보고 어느새 허리가 굽어버린 내 어머니 이지만 그래도 우리 5남매 눈에는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우십니다.


 


뽀얀 안개가 산자락에 날리우며, 늙은 누렁이의 울음소리와 더불어  부지런한 내 어머니의 시골 하루가 시작된다.


 


그 부지런함으로 인해 시골 내 친정집은 넉넉함으로 가득 찬다.


온 옥상을 차지하고 붉디붉은 고운 자태로 몸을 이쪽저쪽 돌려가며 빨리 건조되기를 기다리는 고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허연 알몸을 드러내고 마당 한편에 드러누운 참깨는 짧은 가을날 따사로운 햇볕에 오동통하게 몸이 오그라든다.


 


녹두와 수수는 어떤 이는 빈대떡으로 맛볼 것이요, 또 어떤 이는 숙주나물이나 녹두죽으로, 또는 수수떡이나 오곡밥으로 각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입맛으로 거듭 날 것이다.


 


콩은 예쁜 메주로 만들어져서 우리 오남매의  식탁에 간장으로 된장으로, 때로는 청국장으로 식탁 한가운데를 차지할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붉디붉은 고추는 작년 겨울 속이 노랗게 꽉찬 파란 배추를 만나 김치라는 이름으로 온통 온몸을 붉게 물들여 아직도 우리 집 김치냉장고에서 싱싱함을 뽐내며 빨리 먹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편식 심하고 입맛이 까다로운 나의 아들도 일명 할머니 김치는 붉으면 붉은 대로, 때로는 양념을 찬물에 씻어서 쌈을 싸서 먹는  쌈김치이면 쌈김치인대로 아주 아주 잘 먹는다.


 


나는 내 아들이 내 어머니의 김치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참 좋다.


그 속에 내 어머니의 사랑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좋고, 내 어머니의 마음이 건강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아 좋다 .


 


이 모두가 분명 부지런한 내 어머니가 지난 여름 땀과 정성으로 열매 맺어 이 가을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


 


그래서 나는 가을이 참 좋다.  아니 내 어머니의 가을이 좋다. 내 친정집의 창고는 풍요로움으로 가득하다. 그 풍요로움이 어떨 때는 내 어머니에게 있었서는 든든한 힘이 될 것이요, 또 어떨 때는 나눠먹는 미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오남매에게 있어서는 우리 어머니의 굽어진 허리만큼이나 짧아져 버린 가을이 빨리 끝나 농한기 한철 어머니가 두 다리 쭉 뻗고 푹 쉴 수 있는 그 날이 많아 졌으면 하고 빌어 본다 .


 


 

황선자주부기자 기자 / 입력 : 2005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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