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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속의 도자기 체험


조계옥주부기자 기자 / 입력 : 2005년 11월 04일

쪽빛 하늘이 유혹하는 10월의 중턱, ‘단비도예마을’로 도자기 체험학습을 갔다.


 


참석자는 읍·면 생활개선회원 60여 명이다. 농업기술센터 생활개선회는 학습단체다보니 해마다 여러 차례 다양하고 유익한 체험의 장을 열어준다.


 


단조로운 나의 일상생활에 변화를 주고 삶의 여유와 기쁨을 많이 주는 터라 늘 고마운 마음으로 참여한다.


 


‘단비도예마을’은 마산시 진전면 이명리 정달마을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예마을’이라는 고상한 이름과는 달리 스레트 지붕에 ㄷ자 형태의 소박한 시골가옥이었다. 오랜 세월의 흔적들이 배어있는 작은 건물에는 작업실과 도자기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었다.


 


전시장에는 깨어지고 못생긴 도자기를 화분으로 잘 활용하여 꽃을 심어 두었는데 운치가 있어 자꾸만 눈이 갔다.


 


우리 일행은 10평 남짓한 도자기 작업장 안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낄 만큼 붙어 앉아야 했다. 도자기에 관한 역사와 제작방법의 강의를 듣고 나서 곧바로 체험학습에 들어갔다.


 


도예마을 직원들이 황토색에 가까운 네모진 분청토 한 덩어리씩을 나누어 주었다. 말랑말랑하고 차진 느낌이 너무 좋아 손끝으로 꾹꾹 눌러 보기도 했다.


 


강사는 “시작을 좀 요란하게 합시다” 며 반듯하게 네 면을 돌려가며 열 번씩 내려치라고 했다. 순식간에 ‘우당탕!’ 하는 소리로 작업장이 소란스러웠다.


 


 


지금까지 쌓였던 스트레스들이 아줌마들의 팔뚝 힘에 ‘툭! !’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이어 잘 다져진 분청토를 나누어서 떡가래처럼 둥글고 길게 늘어뜨리고, 일부분은 타원형으로 납작하게 만들었다. 돌림판에 얹어 본뜬 종이에 잘 맞추어 손끝으로 다듬었다.


 


마침내 인화문양으로 모양을 내니 각자의 개성 있는 접시가 완성되었고, 나는 가을을 간직하고픈 마음에서 하얀 구절초를 소복이 그려 넣었다.


 


정오에는 도예원 예절관에 차려놓은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후 십 분 휴식을 갖고 다도예절교육이 이어졌다.


 


강사는 강연희 단비 도예 원장님인데, 우리는 45명씩 조를 짜서 다구세트가 차려진 찻상에 둘러앉았다. 다도교육인 만큼 모두는 요조숙녀처럼 다소곳한 자세로 몸을 가다듬었다.


 


차관에 끓인 물을 부어 그 찻물로 잔을 고루 덥히되 찻물은 잔에 넘치지 않게 붓는다.


 


그리고 왼손을 받치면서 오른손으로 찻잔을 잡아서 천천히 마신다. 강사님은 굳이 격식과 예절을 차리지 않아도 좋으니 자주 마시기를 권했다.


 


차를 자주 마시면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다양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삶에 쫓기다보니 늘 숨이 가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바쁜 삶에서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차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참 좋을 것이다.


 


오늘은 여성으로서 참 보람 있는 체험활동이었다. 정겹고 소박한 생활 도자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던 시간과 기쁨을 서로 나누었던 하루였다. 우리 모두는 녹차의 향과 색, 그리고 맛과 멋을 느끼기도 했다.


 


문득 윤동주의 시가 생각났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 구절.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내가 나에게 물어올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의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 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아름답게 가꾸어야겠습니다.


 


윤동주의 시처럼 내 삶의 날들도 아름답게 가꾸고 싶다.


오늘은 도자기 현장 체험과 다도 예절교육으로 하여 내 생애 아름다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조계옥주부기자 기자 / 입력 : 2005년 1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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