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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중2가 고교에 입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시행되는 고교선택제를 앞두고 중랑구 망우동 혜원여고가 일반계 고교로는 처음으로 기숙사를 세우기 해 첫 삽을 떴다.
서울 지역 일반계 고교 207곳 중 처음으로 짓는 기숙사다. 서울에는 과학고나 체육고, 특수학교에만 기숙사가 일부 있다. 이 학교는 올해 초 400석 규모의 독서실형 자율학습실을 만들어 전자카드로 출결 사항을 자동 체크해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고 있다.
교사들은 논술강의를 위해 쉬는 토요일에도 나온다. 대학생 선배들도 1, 2학년생 30여 명을 모아 놓고 방과후 그룹지도를 한다.
혜원여고는 1980년대만 해도 서울대에 한 해 19명을 보낸 적도 있는 명문여고였다. 그러나 특목고로 우수 학생들이 몰리고 지역 발전이 정체되다 보니 예전의 명성을 잃어 갔다.
이 학교의 재학생은 1400명. 그 중 350여 명이 학비 지원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이다.
저소득층 학생 중 방 두 개짜리 다세대 주택에 한 가족 5~6명이 사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중 성적이 우수한 학생도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방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열심히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학습 공간을 제공해 마음껏 공부하게 해주자”는 교사들의 소망이 기숙사 건립에 나서게 된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월 교사 80여 명은 충남 대천의 한 연수원에 모여 1박2일간 토론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자율형사립고를 포함한 교육 경쟁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때였다.
이 때 선생님들의 모아진 의견은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기숙사를 짓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그러나 돈이 문제였다.
그러나 교장과 교사들이 기숙사 건립을 지원할 기업을 찾아 뛰어다닌 끝에 모 기업의 기부를 받아냈다.
이 학교 한 학생은 “학교가 외진 데 있어 먼 거리에서 다니는 친구도 많다”며 “통학 시간을 줄이고 늦게까지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니 힘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중2가 고교에 입학하는 2010학년도부터 시행되는 고교선택제를 앞두고 혜원여고가 살아남기 변신에 나선 것이다.
이 학교가 기숙사를 짓기로 한 것은 ‘학생들에게 선택 받아야 살아남는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강남에 비해 입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던 일부 강북 학교들은 우열반 강화는 물론 교사가 과목별로 맞춤형 강의를 하는 특별면학실까지 운영하고 있다.
명문대반을 만들고 멀티미디어 강의 시설 및 체력단련 시설을 갖추겠다는 학교도 있다.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을수록 서비스와 상품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교육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학교 간 경쟁의 최대 수혜자는 학생과 학부모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사교육에 매달릴 이유도 줄어든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우열반이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했지만 학력이 높은 학생들을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과 한 교실에 놓아두고 둘을 동시에 피해자로 만드는 교육이야말로 인권 침해다. 세계 각국이 벌이고 있는 교육개혁은 거의 혁명에 가깝다.
방법은 각각 달라도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더 많은 자율과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큰 원칙은 같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만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비결이기 때문이다.
자율과 선택, 그리고 경쟁은 교사와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열정의 불씨를 댕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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