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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앨범 펼쳐 놓고 44년 전 어린시절 회상
머리에 흰서리가 내리고 가슴과 허리선이 구분이 안 되는 나이, 선생님과 함께 모이면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고성초등학교 53회 동창 중년들이 지난 26일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이날 꿈 많고 순수한 시절의 추억을 낱낱이 말한 6-3반 신정규씨는 “남자 7명 여자 1명으로 스터디를 만들어서 담임선생님한테 과외 공부를 했어. 스터디에 여자가 봉혜 밖에 없어서 그 당시 홍일점이었어요. 남자 아이들하고 유독 봉혜한테 장난을 많이 쳤죠. 가방에 오줌도 싸고, 귀신놀이로 많이 울기도 하고, 이불 뒤집어 쒸어서 레슬링까지 했으니”라며 껄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김봉혜씨는 “정말 그 당시 얘한테 당한 거 생각하면 어휴~ 그래도 중·고등학교는 다른 지역에 다녔었는데 통학버스 탈 때 이 개구쟁이 같던 녀석들이 미리 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리고 있는 거야 완전 감동받기도 했어요”라며 “특히 더운 여름에 철뚝 친구들과 강둑을 넘으면서 신나게 노래 부를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치”라고 말하자 신정규씨가 고개를 끄떡였다.
김옥석씨는 “봄·여름 시기에 여학생들 이쁜 스커트만 보면 팬티가 보고 싶어가지고 계단에 죽치고 앉져 있다가 한번도 못보고 선생님한테 혼만 났지”라고 하며" 껄껄 웃었다.
황영석 신임회장은 “중·고·대학교 동창회보다 초등학교 동창회가 푸근하고 가슴에 와닿는다. 간혹 힘든일이 있어도 서로도우며 어려운 친구들과 머리를 맛대며 의논하던 그때시절이 늘 기억에 남는다"며 "이런 옛정이 고성초 53회 동창회를 빛나게 하는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이날 포장마차 운영, 택시기사, 사장, 가수, 꽃집주인 등 각자의 명함을 내밀지만 그 명함으로 서로를 평가하지 않고 그저 ‘유난히 코를 많이 흘리던 코찔찔이’ ‘항상 늦게 오던 지각대장’ ‘도시락에 꽁치 한 마리를 반찬으로 싸오던 통큰아이’ 등 초등학교 특징으로만 기억하고 그대로 인정하는 자리였다.
특히 서로의 얼굴에서 주름살을 발견하고 안쓰러워하면서도 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모습에 뭉클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