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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마음의 눈동자 돼어 줘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된 생각 버려야
유난히 맑은 하늘에 피크닉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그날. 그 생각을 단번에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환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에 홀려버렸다. 그녀의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 속으로 빠져들었다.
- 명랑, 쾌활한 그녀
“시각장애인 협회에서 4년간 간사를 하고 있고 저 또한 지체장애 3급입니다. 제가 먼저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시는 분들은 끝까지 모르시더라고요. 일반인들과 별차이 없이 못하는 게 전혀 없어 일반인과 다름없어요. 또 제가 워낙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녀서 그런 것 같아요.
21살 때 친구를 도와주다 사고로 오른쪽 손목을 잃고 지체장애 3급이란 판명을 받았어요. 한창 놀러도 가고 싶고 멋도 부리고 싶은 그 순간의 고통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어요.
어느 날 책상 위에 선물로 가득했던 상자 속이 몽땅 다 잃어버린 느낌, 그후 머릿속은 온통 ‘뭐든 해도 넌 안 된다! 못한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버렸죠.
결국 10년 동안 바깥세상과의 문을 닫아 걸고 나만의 우울한 세상 속에서만 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하느님처럼 ‘왜 안 돼? 넌 할 수 있어!’라며 용기와 희망을 중학교 동기 친구로 인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친구를 생각하면 너무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다시없는 소중한 사람이에요. 그 친구로 인해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고 운전면허도 따게 됐어요. 정말 둘도 없는 친구죠.”
- 뭐든 다 해보고 싶어
“10년 동안 바깥세상과 떨어져 살 때는 장애라는 이유로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싫었어요. 그러한 시선 때문에 거리감마저 느끼곤 했어요. 지금은 많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좋아졌어요.
하지만 장애로 움직이는 시선을 느낄 때면 거북하기도 해요. 제가 지금 맡고 있는 시각장애인협회 간사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지만 업무가 제 적성에 딱 맞는 것 같아요. 세심하고 제가 꼼꼼해서 지출·결산 등을 처리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미리미리 업무를 처리하니까 회장님들도 좋아 하시고, 도리어 저를 스카우트하려는 곳도 많아요. 아! 내년 2월이면 마산대학(산업체) 사회복지과를 졸업해요. 졸업할 생각을 하면 너무너무 좋아요.
처음엔 낮에 일하고 밤에 수업 들으며 정말 열심히 했어요.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가? 결국 탈이 난 적이 있었어요. 칼슘, 단백질 등 영양분이 부족해서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피로가 쌓여서 사흘 만에 몸무게가 12kg나 불어서 고생했어요.
그래도 해보고 싶은 건 뭐든 다 해보려 해요. 오늘 하루가 다시 오는 건 아니잖아요? 마산대 졸업 후엔 요양 보호사 자격증을 딸 계획이고요 앞으로 상담사 일을 하고 싶어요.”
중학교 시절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오체불만족’을 읽은 적이 있다. 엄마 뱃속에서 이미 사지가 절단된 채로 세상에 나온 그의 이야기는 하루 종일 나를 울게 만들었다. 그 또한 “왜 안 돼? 넌 할 수 있어”라고 외친다. 이 외침은 이날 만난 강갑선씨의 외침과 다르지 않음을 그녀의 이야기로 느낄 수 있었다. /이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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