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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남(주부기자)
하루도 밭에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삼천여평의 밭을 팔순이 넘은 시어머니와 둘이서 경작하기엔 너무 버겁기도 하다.
눈뜨자 밭에 나가고 때가 되면 들어와 밥 챙겨먹고 해가 질 때까지 씨를 뿌리든지 김을 매든지 밭일을 한다.
깨 심고 고추 심고 콩이며 팥…….
밭 고랑에 세월 묻으며 내 인생의 절반하고도 반을 보냈다. 밭은 내 삶의 터전이고 경제적 근원이기도 하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언제든지 일하다 고단하면 흙 위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남편과의 다툼, 시어머니와의 불편한 마음도 밭에 와서 삭히곤 한다.
아이들이 집 떠나 공부를 할 때도 군대에 간 아들에게 편지를 쓸 때에도 자연 속에서 철따라 변하는 그 느낌을 고스란히 편지 속에 담곤 했었다.
읽고 싶은 책이 있을 때에도 신문지에 싸서 몰래 가져와 몇 페이지식 읽곤 하는 독서실 구실도 하고 동네 아주머니들을 만나면 밭고랑에 앉아 수다도 떨며 괴로운 사연들을 서로 들어주기도 하는 쉼터이기도 한 밭.
잠을 자는 일과 먹는 일을 빼고는 내 일상은 거의 밭에서 이루어진다.
남편과 시어머님이 계시는 집보다는 일을 핑계한 마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식처이기도 한 밭.
내 문화적인 욕구는 언제나 밭에서 조금씩 이루어지며 순간순간 혼자만의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흙 묻은 옷자락 털면서 오고 가는 길목엔 철따라 피는 야생화.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앉은뱅이
최정남(주부기자) 기자 /  입력 : 2005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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