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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누워 있는 섬 ‘삼산면 와도(臥島)’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와도마을
/이은숙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8년 03월 21일
ⓒ 고성신문


“아무도 안계세요?”
“사람 아무도 없나요?”
배에서 내려 마을을 향해 외친 두 마디.
그 두 마디는 메아리가 돼 다시 내게 온다.
이런….
무인도에 갇힌 듯 오싹함이 밀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머리에 둘러쓴 수건은
눈까지 덮여 있고 한손엔 칼을 든
체구가 작은 할머니 모습에
순간 화들짝 놀라버렸다.
“아가 어데 아프나?”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무안해진 나의 손이 할머니의 눈을 덮은
수건을 살며시 걷어올리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맥가이버 할머니
따뜻한 봄 햇살에 피어나는 쑥을 캐러나갈 채비를 하던 정필녀(74)할머니와 깜짝 놀란 첫  만남 후 임둘순(78) 할머니 댁에 놀러갔다.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하신지 무릎을 만지작거리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놓으신다.
정 할머니는 “사내가 없으니 내가 맥가이버나 다름없어. 고장 난 건 웬만큼 다 고칠 줄 알아. 이 할머니 전화기도 몇 번 고쳐줬는데.”
그때 임 할머니는 “고치긴 무슨 어제 저녁에 딸네한테 전화 걸려고 수화기 들어보니 또 안 되드만은. 맥가이버는 순~”라며 퉁을 놓으신다.
임 할머니의 말씀에 전화기를 확인하며 “잘 되는데? 저녁에 안 됐다고? 이게 이게~ 사람처럼 저녁이라고 자고 날 밝은 대낮이니 이제 되나보네” 하시는 정 할머니의 우스개소리에 임 할머니와 기자는 배꼽을 잡으며 자지러지고 말았다.
“우리가 이렇게 논다우”라며 연신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 와도 경비대원
멀쩡한 지붕도 뜯겨지고 화장실 문짝도 강풍에 내려앉게 만든 태풍 ‘매미’ 때를 생각하면 정 할머니는 온몸이 오싹거린다고 하신다.
“임(둘순) 할머니는 부산 아들네 가서 제사 지내고 난 여기서 제사를 지냈는데 그때 생각하면 말도 못해. 물이 방까지 차 올라오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어”라며 끔찍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신다.
임 할머니께서 “이(정필녀) 할멈이 없을 땐 나도 무서워 죽겄다니까”라고 하시자 “우리는 와도 지킴이나 다름없다니까. 이 할멈이 나가면 내가 지키고 내가 나가면 이 할멈이 지키니 우리 둘은 독도 경비대원 같은 존재라니까” 하시며 다정하게 어깨동무하는 두 분의 모습에서 유쾌함이 묻어난다.
또 정전이 자주 일어난다는 와도에서는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사용하는데 정전이 되면 손수 전기를 돌리신단다.













# 사람들이 떠난 자리, 외로움
이제 삼산초등학교 와도분교는 아이들이 없는 폐교가 되어 버렸고, 도시로 나간 자식의 안부를 위해 기도했던 교회 또한 십자가에 거미줄이 무성하게 처져 흉물스러운 건물로 변해버렸다.
“옛날엔 사람들이 참 많았어. 젊은 부부, 아이도, 노인들도 참 많았지. 지금은 우리 둘 뿐이야. 이장 부모님 포함하면 4명이지만, 신경도 안써줘…. 사람 많던 옛날이 무척 그리워”라며 임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신다.
“나 또한 육지로 가고 싶어. 아프면 병원도 쉽게 못 가고 누구도 이 섬에 사는 늙은이들이 사는지 죽는지 관심도 없으니 답답하기도 해”라고 이어 말하신다.


이제 떠날 시간. 바람이 거세게 분다. 무척이나 거세게 부는 바람에 몸이 휘청거려질 정도이다. 그러나 두 할머니는 거센 바람에도 떠난 이의 뒷모습을 무심히 지켜보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자신들에게 관심을 가져준 낯선 이에 대한 고마움일까? 떠나는 배에 몸을 싣고 있자니 할머니 말씀이 불현듯 귓가에 울린다. “여름에 바다를 바라보다 지나가는 배가 보이면 손수건을 흔들며 ‘나 좀 봐주세요’ ‘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라고 외친 적이 있어. 하도 사람들이 신경을 안 써줘서…”라던 말이 생각나 목이 따끔거린다. 할머니들에게 떠나는 배 안에서 힘차게 손을 흔들어 본다.
부탁합니다! 한 번쯤 와도를 지나가게 된다면 손을 힘차게 흔들어 주세요. 그럼 조용한 두 할머니는 환한 미소로 손수건을 흔들며 따뜻한 마음이 넘실대는 파도가 되어 올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릴 알아봐줘서…”라고.

/이은숙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8년 03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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