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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모양처럼 생겼다 해서 어선마을이라 불렸다 한다. 원촌, 상촌, 중촌 세 마을이 모여야 진정 어선마을이 말할 정도로 화합의 정이 넘치는 곳이다.
처음 어선마을에 들어서자 산에서 나는 풀 내음과 입맛을 한껏 돋우는 향긋한 화이트 와인 같은 상쾌한 바다 내음이 가득하다.마을 안을 걷다 보면 옛 초가지붕 사이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문득 아궁이에 불을 짚혀 따뜻한 방을 만들어 주시던 어머니 적 시절의 이야기가 흑백화면처럼 지나간다. 알싸한 겨울 바람도 무색케 하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어 어선마을에는 겨울도 무심하다.
# 동무랑 같이 일하니까 좋지 뭐~ 추운 겨울이라 마을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주변을 터벅터벅 걸어 다니니 비닐하우스 안에 왁자지껄한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에 이끌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손으로는 굴을 쉴새 없이 까고 입으로는 연신 재미난 이야기를 쏟아낸다. 어선마을에서는 굴 양식을 하지 않지만 통영에서 굴을 가져와 깐다. 그래서 마을 사람뿐 아니라 진동 할머니도 몇 분 계셨다. 진동할머니에게 추운데 이렇게 일하기 힘드시지 않으시냐고 여쭤보니 “힘들지만 이렇게 건강해서 일할 수 있는 게 어디냐”고 하신다. 하루 종일 반복된 일을 하시는데 괜찮으세요? 하니 “머리가 빙글빙글할 때도 있는데 동무랑 같이 옆에서 이야기하면서 일하면 괜찮아~ 그리고 집에서 뭐 할거야. 여기 오면 밥도 줘, 돈도 줘… 그리고 말동무할 동무들도 있어서 재미있어”라며 미소를 지으신다. 어선마을 주민인 조정자 할머니는“요즘 기름값, 물값 이것 저것 다 올랐어. 저번에 기름 한 드럼을 넣었는데 20만원하더라고 허허 참… 이번에 배둔 장에 갔더니 두부값도 올라서 이걸 사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까지 했다니까”하며 푸념에 긴 한숨을 내쉰다.
# 마산과 고성의 경계 어선마을 어선마을 산을 넘으면 그곳은 고성읍이 아니라 마산시이다. 주로 마을 분들은 고성, 배둔보다 마산이 더 가까워 마산으로 자주 가신단다. 그러나 2㎞를 걸어서 가야 마산 시내버스를 탈 수가 있다. 김해권(76) 할아버지는 “마산에 주로 가는 사람들은 70세 넘은 노인이나 여자들이 아파서 병원을 가는 경우인데 그게 2㎞나 걸어야 하고 배둔에서 마산을 가려면 차비가 더 비싸. 그래서 군과 마산시가 시내버스 종점을 삼복까지 해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되는겨”하며 심정을 토로하셨다. 마을에 젊은 사람들이 없어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오래됐다는 김진권(88) 할아버지는 “여기 와봐서 알겠지만 너무 조용해 책과 신문을 안 보면 적적해서 못 살아. 가끔 군에서 몇 명 모아 사람 많은 도시로 나가면 눈이 휘둥그레져. 부모 손잡고 웃으며 걸어가는 아이,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아이들을 보면 이 게 사람 사는 건데라는 생각이 들어. 그 사람들도 처음엔 다 농촌 사람들이었는데…”하시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어신다.
# 공룡이 지나간 자리 원촌마을 개무실 바다 쪽 넓은 반석 위에는 공룡이 지나간 흔적의 발자국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미 공룡을 따라가는 아기공룡의 동전크기만한 앙증맞은 발자국도 있다. 공룡발자국 중에서도 아기공룡발자국은 지극히 발견하기가 드물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공룡의 유적이 무성하게 자란 풀과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더럽혀져 주민들은 안타까워한다. 박동규(76) 할아버지는 “예전엔 더 심했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쓰레기가 쌓여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진거야. 마을사람들이 싹 청소하니 그나마 좋아졌어. 그래도 버리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관리하는 사람이 빨리 생겼으며 좋겠어”라고 하신다. 한 어르신은 “진주교육대 교수가 와서 발자국이 맞다고 판명했는데 1년에 한 번 그 교수 제자들이 와서 발자국에 계속 굴 껍데기가 쌓이니까 그것을 청소해주곤 하지만 거의 마을 사람들이 한다”며 관리 소홀을 안타까워 하셨다. 어선마을 입구에는 약 200년 된 정자나무 3그루가 있어 삼정자나무라 한다. 두 그루는 고사되고 지금은 한 그루만 남아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 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이 있다. 어선마을 사람들은 남은 한 그루의 정자나무를 지켜 후손에게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 마을의 화합된 힘이 넘쳐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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