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심 있으면 수심 있듯이 반 달가량 지나는 동안 젊은이도 상당한 반응이 일기 시작했다. “저의 심중을 다소 알아차렸습니까?” “저도 너무나 친근하게 대해 주시는 부인이 마음에 들어지군요. 그러나 지금은 선생님의 상중이기도 해서” “또 그런 말씀을 하시는군요. 딱도한 도령님”
강력하게 자기 앞으로 잡아당기려고 해도 좀처럼 응해주지 않은 젊은이 용케도 빠져 나가버린다. 남자에게 오분의 기분이 있으면 여자 쪽에서는 그 배가 달아오르니 말이다. 여자가 정말로 남자에 반하여 달려들면 귀찮기도 한 것인데 부인전씨는 콧소리를 지르면서 하는 말이
“저를 너무나도 기다리게 하니까 어쩐지 견디가가 힘들군요. 제 말이 거짓인줄 아시면은 한 번 만져 보아 주세요.” 하면서 대담하게도 양쪽 무릎을 세워 벌려 보이면서 남자를 당혹하려고 한다. 젊은이는 잠시 그 광경을 옆 눈질하는 것이었다. 부인전씨는 가슴이 미어질 것 같기에 석양시에 노복을 자기방으로 불러 들였다.
“노인장 염치 차리지 말고 많이 드십시오.” “네. 고맙습니다. 부인” “그런데 한 가지 묻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마는 같이 오신 그 젊은이는 결혼을 하신 분인지요?” “웬걸요. 아직 미혼인걸요.”
“그래요. 그럼 어떤 상대하고 결혼하시게 될까요?” 노복 역시 술에 취해 곤드레가 되어 혀 놀림이 수월하였던지 “젊은이는 부인과 같은 미색의 여인을 좋아한다고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데요.” 그 말을 듣고 있던 부인전씨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 “그런 소리를 하시던가요. 진정으로는 들리지 않구먼요. 노인장 마음 놓고 얼마든지 많이 많이 드세요.” “어떻겠습니까. 노인장 그렇다면 그 젊은이와 저를 위하여 중매의 수고를 하여 주시겠습니까? 그것도 타인 모르게 할 것이 아니라 볕바르게 정식으로 저를 처로서 맞아들이게 말입니다.”
“그 세 가지 사유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응 말해봐 속 시원하게 말이다.” 부인전씨는 노복에게 다그쳐 묻는 것이다. “네. 그러면 젊은이의 하신 말씀을 소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객청에 영구를 그대로 둔 채 부부의 결혼식을 거행할 기분이 나지 않은 것이 첫째 사유이고, 두 번째는 돌아가신 스승님과 부인은 금실이 좋았다고 인근에서 소문이 났었던 상애의 부부였으며 게다가 스승님은 당대에서 가장 훌륭하셨던 대철인이셨는데 저는 그 만분의 일도 안 되는 존재니만큼 설령 부부로서 성립되었다손 치더라도 부인이 싫어할 때가 올 것이며 마지막으로 기나긴 여정인지라 아직 자기에게 따른 화물과 금전상자도 도착이 되지 않아서 결혼식의 비용을 조달하지 못하겠다는 사유들이올시다. 말씀하시기를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부인에게 간청을 들여서 같이 살자고 말씀드려 보려고도 마음을 먹어 보았으나 자기 스승님의 부인인지라 만일 동거를 하게 되면 세상 사람들의 이목도 두렵겠다고들 한 번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런 것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입니까? 스승이다 제자다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모두가 공약속이 아닌가 봐요. 아무 상관없다고 봐요. 거기다 이토록 깊은 산중 생활인데 소문이 난다 해도 별 것 아니에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성사가 되게끔 바랍니다. 다음에 후하게 사례하리다.” 노복에게 술을 잔뜩 권하여 만취시켰으나 노복으로부터 쾌답을 얻지 못하다가 드디어 노복의 입에서 성사되도록 힘쓰겠다는 말을 토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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