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을 다시 찾았다. 따뜻하고 편안하다. 개골산, 온갖 신기한 형상을 한 바위들로 꾸며 놓은 한민족 대자연 공원, 이 많 금강석들이 하늘에서 쏟아졌을까, 땅속에서 솟구쳤을까. 점점이 뿌려지고 솟구친 보석더미의 산, 금강산은 보면 볼수록 빛나는 영산이다. 저만치 온정리(溫井里) 마을은 이름처럼 따뜻하고 편안해 보인다. 북측 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따뜻한 기운이 솔솔 일어난다. 인근 산, 물, 들,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전혀 낯설지 않다. 먼저 출입경절차도 전에 보다 까다롭지 않고 표정도 우호적이다. 잦은 접촉의 효과이다. 한민족 동질성 회복에도 큰 기여를 했지만 경제적인 문제에서도 우리는 그들에게 고마운 수혜자이다.
그들도 알 것이다. 우리가 자기들이 어려울 때 눈치코치 마다않고 도와 준 고마운 동족이라는 것을. 사흘 굶으면 이웃집 담을 넘는다는 말이 있지만, 사흘을 굶고 있으면 이웃에서 쌀가마니를 매고 대문을 들어선다는 아름다운 말도 있다.
전자는 영국이 아일랜드에게 그랬지만 후자는 우리가 실천으로 미덕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영국은 아일랜드에게 철천지원수가 되었지만, 우리는 북측에게 고마운 형제로 자리매김했다. 무엇보다 북측이 우리 민족의 영산, 금강산을 잘 보존해 온 것이 대견하고 고맙다. 남북이 이곳에서 합쳐지면 모든 것이 잘 정제된다. 이념도, 이해관계도, 경계심도, 모두 하나로 빚어낸다. 교예단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벅찬 감동으로 저절로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이 시큰거려진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왜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남북이산가족 면회소(금강산 면회소)를 이곳에 짓는지를. 앞으로 출입경 간이 시설물은 없어질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이러한 시설물이 필요 없다고 인식되면 자연스럽게 없애자고 할 것이다. 그러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금강산을 찾을 것이다. 지금 금강산은 비수기라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야할 지금이 왜 비수기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경영마인드를 더욱 계발해야 할 것이다.
내 생각엔 통행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지만 겨울금강산의 테마가 제대로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4계절의 특성에 맞는 금강산의 테마를 만들어 상시 사람들이 끓게 해야 할 것이다.
금강산은 바위산이다. 바위는 인체에 유익한 자력을 함유하고 있다. 이 자력이 사람의 심장과 몸통을 정제시키고 청소한다. 바위산을 타면, 심신이 상쾌해지고, 머리가 개운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가 확실하다. 그래서 어느 분은 바위산을 타고나면 ‘마운틴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했다.
바위산 중에 최고의 영지인 금강산을 건강 의학적 측면에서 접근하면 좋은 경영아이템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번 금강산 방문에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정리 해본다. 첫째는 이곳에 근무하는 북측 사람들의 행동과 처신이 전에 보다 세련되고 적극적이었으며, 영업마인드가 갖추어져 있었다.
둘째는 머잖아 우리 화폐가 공식적으로 통용되겠다는 생각이다. 곳곳에 위치해 있는 간이 판매대에서는 북측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보자는 욕심에서인지 부분적으로 우리 화폐의 교환을 허용하기도 했다. 달러를 소지하지 않은 남측 관광객들에게 남측 원화로 물건을 팔고는 나중에 다른 관광객들에게 달러(1달러에 천원으로 환산)로 다시 교환하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셋째는 금강산 곳곳에서 좋은 소나무들이 말라죽어 있었는데 아마 재선충 감염 때문에 아닌가 생각되어 남북 합동 산림방제가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방문에서 곳곳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고 느낄 수가 있었다. 그동안 꾸준하고 일관성 있는 남북간의 접촉과 접근의 효과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민족이익과 국가이익이 조화된 실용적 경제거래 관계로 변화해가야 한다. 문득, 이런 구절이 떠오른다.
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즉, 周易에서의 窮則通의 원리이다. 무엇이든지 최선을 다하면 변하게 되고 변해지면 통하게 되고 통해지면 오래 간다는 이 말이 남북관계의 오늘과 내일의 警句가 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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