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 上田學而 - 번역 : 국사편찬위원회 사료 수집위원 (경남 고성군) - 연출 : 작가 한하균 - 상영시간 : 약 2시간 - 등장인물 : 묘지의 여인 1명, 장자 1명, 부인 전씨 1명, 장자를 납관하는 동리사람 2명, 초나라 에서 온 젊은이 1명, 초나라에 온 노복 1명
조주의 남화산을 말할 것 같으면 상당히 깊숙한 산골마을이다. 인가를 벗어난 산기슭에는 누누이 한없이 이어지는 흙만두가 이어져 있다. 중국에 가볼 것 같으면 어떠한 벽촌을 가도 눈에 띄는 풍경이기는 하지만 기실은 이것은 인간의 묘지인 것이다.
여랑한 봄날이었다. 장자는 가는 방향도 정하지 않고 단지 흐늘흐늘한 기분으로 걸어가다가 조성된지 일천한 1개의 흙만두 앞으로 다달았다. 묘의 흙이 아직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상한 광경이 장자의 눈에 띄게 되었다.
젊은 여자가 상복을 입은 채 자기를 보고 있다가 등을 돌리면서 열심히 한 자루의 부채를 들고 그 흙만두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인생무상이라고 하지만 이 생토의 밑에 눕게 되는 늙은이나 젊은이든 현명한 자이건 우매한 자일지라도 하는 수 없이 그렇게 되는가 보다. 만물은 모든 것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적적멸멸 오호라 허무한 천지여 이렇듯이 심원하리만치 철학적으로 잠겨있던 장자는 현실적인 사고로 되생각한다.
백색의 상복을 입고 흙이 마르지 않아 일사불란하게 부채질하던 그 여인 옆으로 장자가 다가서도 알 바 없는 듯 무엇인지 입에서는 중얼거리는 소리 뿐 몰아의 지경에 놓여있는 것일까? 슬쩍 귀를 기울여 들어본 즉 “빨리 마르게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이시여 이 묘의 흙이 마르지 않으면 재가 못할 것이외다” 이렇게 단조롭게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가 없다. 장자는 이상한 흥미를 느끼게 되어 드디어 살며시 그 여인 앞으로 걸어가서 다가섰다.
“부인, 무엇을 하고 계시옵니까? 이 묘 속에는 어떤 분이 영민하고 계시온지요?” “……” 그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다. “하절이 되려면 아직 이른데 부채로 바람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혹시 열병 같은 것을 알다가 성불하신 분인지요?”
장자가 그렇게 물은 즉 그 여자는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러나 반응은 있었던 것이다.
중얼거리는 것을 고치고 그녀가 말문을 열고는 “이 묘는 제 남편의 묘입니다.”꾀꼬리 소리와 같은 음성으로 그리고 가벼운 소리로 노래라도 부르듯 말을 이어가기를 “불행한 처지에 놓여 있기에 이런 곳에 매장하였사오나, 이 세상에 저와 동거하올 때는 서로 아끼고 사랑하던 사이였었기에 이렇게 이 세상을 떠나서 유명을 달리하고 있으면서도 저를 자유롭게 하여 주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제 남편께서는 사망 직전에 유언을 하시기를 ‘만약 내가 죽고 나서 당신이 재가를 하려면은 장례가 끝나고 묘를 조성하되 그 묘의 흙이 완전히 건조되고 나서 하도록 하시오’ 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제, 그제 조성하여 놓은 묘인지라 좀처럼 흙이 마르지 않네요. 그래서 저는 기대하기가 너무나 힘겨워서 매일과 같이 이렇게 부채를 가지고 와서 바람을 일게 하여 말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 여자의 말을 들은 장자는 깜짝 놀라워하였다.
이 여자가 다소 정신이 이상하게 된 것은 아닌지 하고 눈여겨보았다. 그것은 그런대로 너무나 성급한 여자도 이 세상에 있는 것이로구나 하고 이상야릇한 감이 들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