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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나인지 원망스러웠어요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대요”

지주막뇌낭종을 앓고 있는 고성중앙고 3학년 문옥두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11월 09일
ⓒ 고성신문











머리가 꼭 비구니처럼 몽땅 잘려나갔다. 머리에는 앞뒤로 수술자국이 났다. 두 번의 대수술로 아이는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현저히’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잘릴 때마다 기억력도 잘려나간 듯 오늘 하루 일을 기억하기도 아이에게는 벅차다.


 


문옥두. 고성중앙고등학교 3학년. 고3이면 고3병에 시달려야할 텐데 옥두는 지주막뇌낭종을 앓고 있다. 뇌의 일부에 작은 물혹들이 생겨 점점 물이 차는 병. 옥두 옆에 서봤다. 지독하게 단신인 기자보다 머리 하나만큼이 작다. 옥두는 뇌에 물이 차는 그 병 때문에 중학생보다도 키가 작고, 발육도 더디다.



“학교 갔다 오면 막 피곤하고, 나른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일찍 잤어요”라고 말하는 옥두 얼굴이 영 어둡다. 옥두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은 학교에 가는 것. 공부도 공부지만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학교엘 가고 싶단다.



옥두에게 선물삼아, 옥두네 반 아이들이 쓴 엽서를 건넸다. 활짝 웃을 거라 기대했는데, 옥두는 첫 장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뚝뚝 흘린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옥두는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학교 가고 싶어요”한다.


 


하지만 옥두는 어쩌면 중앙고등학교에 다신 못갈지도 모른다. 두 번의 대수술 이후 균형감각이 사라져서 밥 먹다가도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린단다. 거기다 수술 전에도 걷거나 뛰는 게 힘들었는데 수술 직후에는 사람이 잡아주질 않으면 아예 걸을 수 없었단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빨리 걷기는 힘들고 뛰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거기다 뇌수술을 하다 보니 말투가 많이 어눌해져 지금은 언어치료와 재활치료를 병행하고 있고, 장애1급 판정까지 받았단다.



이런 옥두가 불편 없이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특수학교에 가는 수밖에 없다. 옥두를 돌보는 작은엄마와 언니의 생각은 옥두가 조금 나아지면 그렇게라도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다.
옥두는 이상하게도 엄마 아빠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굳게 닫아걸었다. 옥두가 또 그 굵은 눈물방울을  흘리면서 “엄마 아빠가 장애인이 아니었으면 나도 이런 병 안 걸렸을 거라는 생각도 했어요”라고 흐느끼듯 말한다.


 


옥두네 부모님은 두 분 다 청각장애 1급이다. 어릴 때 병에 걸려 생긴 장애라 다행히 아이들은 정상적인 청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남들처럼 회사엘 다니지도, 농사를 짓지도 못하고, 수입이라고는 남의 집 일을 도와주고 받는 품삯뿐이다. 그러니 지금 옥두의 한 달 200~300만원인 어마어마한 병원비도 부모님은 마련할 재간이 없다.



옥두의 병원비는 작은아버지의 신용카드로 해결한다. 지난 달 결제액만 220만원. 하지만 옥두네 작은아버지 혼자만의 수입으로 사촌 2명과 작은어머니 그리고 옥두 자매가 생활하기에는 빠듯하다. 아니 빠듯한 수준이 아니라 불가능하다. 그것만 아니라 치위생사로 일하던 옥두언니는 옥두를 돌보며 일을 병행할 수가 없어 일을 그만뒀다. 언니가 일을 그만두면서 옥두네 집은 수익이 거의 없어져 전적으로 작은아버지네 집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빚만 늘지 옥두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옥두는 지금 뇌에서부터 배까지 가느다란 관으로 연결돼있다. 수술을 해도 뇌에 계속 물이 차올라 빼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관 때문에 염증이 생기면 바로 재수술을 해야 하고, 옥두의 상태가 조금만 이상해도 가족들은 비상이다. 거기다 호르몬제를 먹다보니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작은 일로도 울곤 한단다.


 


두는 평생을 저 상태로 살아야 한다. 옥두가 더 낫는 건 기적이면 모를까 힘들단다. 하지만 옥두는 빵 만드는 제빵사가 되고 싶어, 제과제빵학과로 대학을 가고 싶단다. 옥두에게 제빵사는 힘이 많이 필요해서 튼튼한 사람도 힘든 일이라 말해놓고 돌아서는데 옥두가 기자를 배웅하느라 일어서서 현관으로 나온다. 비틀비틀한 발걸음이 위태롭다.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1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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