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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본지논설위원의 북한방문기 3

체제 선전도 경제력이 있어야
이상근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11월 03일
ⓒ 고성신문











체류 7(9/21), 계속 오는 비 때문에 하역이 중단된 채 있다.  65백 톤 중에 3 4백 톤이 배에 남아 있다. 정상적인 일정이면 그제께 귀환해야 한다.


비 때문에 계속 숙소에서 죽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다. 지긋지긋하고 무섭고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억류자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그래도 우리는 귀환이 보장되어있지 않나.  제발, 푸른 하늘 한 토막이라도 보았으면. 하늘이 열리면 언제라도 하역은 시작될 것이다.


 


마음을 다져 본다. 이제부터 나 자신과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 다시 정전이다. 간밤에 정전이 몇 번 되었다. 비기 오니까 더욱 정전이 잦다.   마디로 정전이 일상화되고 있다. TV도 고장이 났다. 정전으로 인한 간단한 고장일 텐데. 기술자가 와서 고치면 될 것을, , 그 무거운 TV 2층까지 힘들게 가져와서 바꾸어줄 것이다.


 


말하기가 미안해서 그냥 두었다.  그들은 우리가 북측 방송을 즐기는 줄 아는지 은근히 좋아하는 모양이다. 착각이야 자유겠지만, 혹시나 선전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동상이몽이다.


 


TV엔 북한 선동가요가 자막을 띄우며 나오는 데, 온통 김일성 부자와 체제의 찬양 노래다. 우리가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은 날씨예보다.


우리 일행들은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오후8 (20)뉴스(북한은 보도라고 함)를 마치면 8(20) 30분에 날씨를 보도한다.


 


우리는 TV앞에 모여 앉는다. 월드컵 축구 중계가 이토록 관심적이고 열광적일까. 우리에겐 날씨 보도가 희망의 줄이다. 


 


솔직히  식사시간이 괴롭고 미안하다. 우선, 먹기가 괴롭고, 눈치 보기가 부담스럽다. 밥이나 반찬을 남기면“선생님, 왜 그러십니까. 저희들 정성이 부족합네까? 많이 많이 드십시요.”하면서, 안타까움과 서운함이 뒤섞인 듯 일일이 챙기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밥과 반찬을 반으로 줄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 또 서운해 한다. 아니라고, 음식을 남기는 것이 아까워서 그런다고 해명(?)을 했다. 정말, 그들의 정성만은 알아줘야겠다.


 


저쪽 입장에서는 정성스럽게 음식을 장만해서 주는 데, 제대로 먹지 않으니 서운해 할 만하다.


주방장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임꺽정의 후손이라는 데(나중에 아닌 것을 실토함), 뽀빠이 같은 근육의 알통을 자랑하면서, 우리가 건네는 소주잔은 가소롭다는 듯이 제치면서  밥사발에다  철철 넘치도록 부어 마시는 사람이었다.


 


호기를 부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손을 잡아보면, 손아귀 힘이 예사롭지 않다.


그는 우리 일행들이 어떤 반찬을 잘 먹는다, 밥을 남겼다, 반찬을 남겼다 하면서 일일이 지적(?)을 한다. 악의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좀 부담스러웠다.


 


한번은 주방장이 우리 일행을 위해서 특별히 북측의 명물인 단고기(보신탕) 요리를 준비했는데, 나와 서준영(노동부 근무)이가 먹지 않으니까, 못내 서운해 하면서 은근히 눈총을 주곤 하였다. 


 


저녁을 먹고 방으로 들어오니 TV가 켜져 있다. 미안해서 말도 안 했는데, 다시 바꾸어 놓은 모양이다. TV에서는 김일성 60년대, 70년대의 기록영상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진귀한 북한 자료이다. 그들의 대중 선동술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북한 인민들에게 있어서 지금도 살아있는 신적 존재인 것 같다. 곳곳엔 주체의 흔적들,  김일성의 흔적들이 살아있고, 아직도 북한체제의 주역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김정일은 조역역할 정도밖에 안 보인다.


 


온통 김일성의 찬양일색이고, 거기에다 어느 정도 김정일의 존재를 기술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남측 같으면, 우리 대통령이나, 특정한 지도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보도했다면 편파 보도한다고 난리가 났을 텐데. 그래도 아무런 저항 없고 동요 없는, 물 먹은 스폰지와 같은 체제,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특이한 곳이다.  TV방향을 돌린다고 손을 대니까, 다시 꺼져 버렸다.


 


비 오는 데 다시 부를 수도 없고, 차라리 안보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 체제 선전을 하려고해도 경제력이 있어야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새삼 주체의 유지와 종말의 기묘한 아이러니가 교차되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 북측에 전달한 쌀 600톤에 대한 인도확인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상근본지논설위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11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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