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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


/김성규본지발행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10월 19일

평소 일요일 아침마다 즐겨보는 TV프로 ‘체험 삶의 현장’이 14년 동안 장수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연예인과 사회 저명 인사들이 힘든 노동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통해 정직하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노고를 함께 되새겨 보고자 함일 것이다.



또한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고 힘든 노동을 경험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으로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어릴 때 시골에서는 특별한 부잣집 몇 집을 제외하면 모두가 어려운 살림살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사일도 어른부터 어린 아이까지 모두가 자기 몫의 일을 해야만 했다. 배고픔이나 육체적 노동을 직접 체험하다 보니 강한 생활력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됐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옛날보다 풍족한 생활 속에서 의·식·주 걱정 없이  고생도 모르고 자라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핵가족 세대라 한 두 자녀만 낳다보니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귀하게 자라고 힘든 일을 체험하거나 경험한 적이 없어 조금만 힘든 일이 생겨도 나약하기 그지없다.



‘체험 삶의 현장’을 볼 때마다 28년 전 그때의 일이 떠오르곤 한다.



하루는 아들 3형제를 데리고 모내기를 마친 논에 김을 매러 갔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소작을 하는 분이 계셨기 때문에 아이들은 농사일에 대해 잘 몰랐다.



첫째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초등학교 6학년, 셋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아이들 엄마는 ‘그 어린 것들이 논에서 어른도 하기 힘든 김 매기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무척 안쓰러워 했다.



집사람의 만류를 뒤로 한 채 아이들을 소형 트럭 화물칸에 태워 모가 제법 자란 논으로 갔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논으로 들어가 김 매기 하는 시범을 보였다.



“잡초는 뽑아서 흙 속에 이렇게 묻고, 벼 포기가 빠진 곳은 큰 포기에서 분리해 빈 자리에 심도록 해라”고 일러주며 실습을 시켰다.



각자 작업할 하루 분량을 얼마씩 정해주고 점심은 아버지가 가져 올터이니 오후 6시까지는 마쳐야 한다고 약속을 하고 점심을 가지러 집에 오니 비가 몇 방울 뿌렸다.



부모 마음에 안쓰러운 생각도 잠깐, 마음을 굳게 먹고 비에 어깨라도 맞지 않게 하려고 시내 상점에 들러 비닐을 사서 논으로 다시 갔다.



아! 그 광경은 지금도 가슴이 아린다. 아버지의 명령이라 아이들 셋이 자기들 힘에 부치지만 비를 맞으며 마치 머드팩을 한 것처럼 온 몸이 진흙투성이가 돼 끙끙거리며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보자 반갑고 서러운 듯 눈물까지 글썽인다. 막내 녀석 손에 한 웅큼 쥐고 있는 잡초 속에는 잘 자란 모 포기도 제법 보인다.



어찌나 안쓰러운지 좀 쉬게하고 넷이서 그 날 하루 일를 무사히 마쳤다.



집에 오니 아이들 엄마가 소고기국을 정성들여 끓여 놔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체험 삶의 현장 ’처럼 당시 돈 3,000원씩을 봉투에 넣어 하루 품삯으로 나눠주면서 하루 동안 체험했던 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된 지금도 삼형제가 가끔씩 그때의 체험을 떠올리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버지가 의도했던 뜻이 충분히 전달된 듯해 흐뭇하다.



요즘 핵가족화 시대를 맞아 자녀들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관심이 오히려 자녀들을 나약하게 만들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캥거루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또 나약한 정신력으로 인해 스스로 극복할 용기가 없어 쉽게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학에서 조차 학부모들이 초등학생 학부모들처럼 교수를 찾아가서 일일이 부탁하고 사소한 일까지 처리해 준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너무 의존적으로 키우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반성해 볼 일이다. 부모 심정이야 평생 자식들의 울타리가 되어 주고픈 마음 간절하나 언젠가는 홀로 남겨질 그들을 위해 과연 어떻게 자녀들을 대하고 지도해야 하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온실의 화초가 아닌 밟아도 뿌리 뻗는 잔디처럼 강인하게 키워야 하지 않을까?



자기 자녀가 귀하면 귀할수록 많은 것을 체험케 하고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혼자 일어설 줄 아는 강한 의지를 가진 자녀로 키워야 한다.



철은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단단해 진다는 말이 있다. 그 옛날 고구려를 세워 중국과 맞서고 우리나라의 용맹을 떨쳤던 주몽도 강철금이 있었기에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강철금은 쉽게 만들 수가 없다. 대장간의 뜨거운 풀무질 속에 녹아 수백 번 담금질하고 두드리고 두드려야만이 비로소 강철금으로 다시 태어난다.



우리도 혼신의 힘으로 고구려를 위해 강철금을 만들었던 고구려 대장장이 모팔모가 돼 우리의 자녀들을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강하고 단단한 주몽의 강철금으로 만들어 보자.



우리의 자식들이 소중한 만큼 더 강하고 더 단단하게 담금질하자.


 

/김성규본지발행인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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