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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가 베를 짜던 명당자리라 ‘포교마을’

▶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포교마을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9월 27일
ⓒ 고성신문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8월의 늦여름.
포교마을에는 멀찌감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구판장에 삼삼오오 모여 소일을 하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쓰레기 좀 안버렸으모 좋긋다










모두들 배 타고 나가 고기 잡아 먹고 산다는 포교마을. 여름이면 갯장어, 가을이면 전어와 낙지들이 올라온다. 그런데 요즘은 그놈의 ‘폭염주의보’라나 뭐라나 때문에 일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부지기수란다. 여름 한 철 갯장어를 잡아 올리면 온 동네가 근 10억 원 정도를 벌어서 각 집마다 2~3천만원씩은 돌아가는데, 올해는 이렇게 더운 날씨 덕분에 조업을 나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 걱정이란다.



포교는 낚시객들이 참 많다. 특히 주말이면 외지 사람들로 방파제가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 낚시객들 때문에 생기는 수익은 거의 없는데 쓰레기 때문에 포교마을은 주말마다 몸살을 앓는다.



“마을이 풍경도 좋고 하다 보니 낚시객들이 마이 오는데, 쓰레기를 안치우고 고마 가삔다 아이가. 쓰레기 좀 안버렸으모 좋긋다.”



 


# 내가 전신불량자다 아이가










경로회장이라는 분과 이야길 하게 됐다. “기자야 니가 이리 앉아라”며 자신의 왼쪽 자리를 내준다. “내가 오른쪽에 고막이 없어갖고 왼쪽을 들으모 좀 낫거든.”



배성주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다. 한국전쟁 당시 총 소리에 귀가 멍멍하더니 그만 고막이 상해 터져버렸더란다. 어디 편찮으신 데는 없냐 물었더니 함께 계시던 황인택 할아버지가 말씀하시길 “나이 80에 안 아픈 사람이 오데 있노. 80년을 돌렸는데 우찌 성하긋냐 말이다.


 



이 할배는 전신불량자다, 전신불량자. 그래도 이 할배가 얼굴은 저리 늙어도 마음이 으찌 젊은지 모른다”라신다. 황 할아버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 할아버지가 말씀하신다. “내는 그 TV에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그런 거를 함 해 보고 싶다. 내가 나이 80에 이리 건강하다고 자랑하고 싶다.”


 



# 태풍은 다시 생각하기 싫다, 고마










2003년 추석 쇠고 바로 다음날, 기억하기도 싫은 태풍 매미 때문에 온 동네가 마치 한바탕 전쟁을 치른 것처럼 쑥대밭이 됐다.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다시 일어날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는 포교마을 사람들.



인간사 새옹지마라더니 그래도 그때 지은 새건물들 덕분에 지금도 꼭 새동네 같아서 깔끔하다고 다른 동네 사람들도 많이 놀러온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먹구름이 곧 포교를 덮칠 기세. 급하게 돌아나오다 할머니들을 만났다. 포교에서 태어나 포교로 시집와 이제껏 산다는 김예순 할머니는 “불편한 기 많지”라며 둘째아들 얘길 꺼내신다. 수십 년 병원에 누워만 있는 둘째아들은 장가도 못갔단다. “내 죽기 전에 둘째 아들 장가가는 거, 며느리 보고 손자 보는 거 해 보고 싶은데 되긋나”하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함께 바지락을 까던 차숙례 할머니는 위암 환자다. “이리 나이가 들었는데 더 살아 뭐 하긋노. 자는 잠에 가모 그기 젤 좋지”라며 수술도 안하시겠단다. 주먹을 쥐어 보이시며 “이만한 기 내 뱃속에 들앉아 있다 하데”하며 소녀처럼 웃으신다. 웃을 일이 아닌데.



14일 입원해서 검사 받는데만도 병원비가 370만원이나 들었다며 돈 들여서 오래 살 생각은 추호도 없으심을 강조한다.



할머니들께 뭐 바라는 거 없으시냐고, 어떤 동네 가면 기름 좀 많이 달라 뭐 그러시기도 한다고 물었다. “바라는 기 뭐가 있어, 하나도 없다. 책임지고 살림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잘 하긋지. 우리는 그런 거 모린다”하신다.



“내 죽기 전에 둘째 아들 장가가는 거, 며느리 보고 손자 보는 거 해 보고 싶은데 되겠나”하며 눈물을 글썽이신다.


 






 


“마을에  두루두루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랍니다 ”
포교마을 이장 이을용씨 인터뷰




 













 


우리 마을은 61가구 152명이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90%이상의 가구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다른 마을보다 젊은이가 조금 많은 편입니다.


 


우리 마을 최고 어르신(최연소자)은 올해 5살이고, 40대 이하가 15명 정도 됩니다.


 


지금 같은 여름철에는 하모의 본산지로 더욱 유명하며, 그 수익이 상당합니다. 단 한 가지, 다른 지역 분들께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은 마을의 지세가 좋다보니 휴양 차 많이들 오십니다. 포교마을의 자연을 즐기신 후에는 쓰레기를 꼭 좀 되가져 가시기 바랍니다.


 


그것 외에 바랄 것은 따로 없고 다만 어르신들 건강하시고, 마을에 두루 좋은 일들만 생기는 것을 빌 뿐입니다.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입력 : 2007년 09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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