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행자나무님 좀 보살피 주이소”
대가면 척정리 관동마을 800년 은행나무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 입력 : 2007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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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면 척정리 관동마을 행정(杏亭)에는 800살을 족히 넘은 은행나무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행자(杏子)나무님이라 부르며 제사도 지내고, 지신밟기도 하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유주(乳柱)가 잘려나가고, 가끔은 밤새 뚱땅뚱땅 시끄러운 징과 요령소리가 나기도 한다. 정이영 이장의 안내로 800살 노거수를 찾은 날에는 조악하기 짝이 없는 조화 한 묶음이 행자나무님 아래에 꽂혀 있었고, 나무 곳곳에 유주가 잘려나간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관동마을에서 400여년을 뿌리내리고 살아온 진양정씨 문중 정희규, 정현갑, 정현택 원로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1940년대 초 몽땅 타버릴 뻔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인근마을의 이씨 여인이 섣달그믐날 밤 득남을 해달라고 나무 아래서 기도하다가 초를 그대로 두고 집으로 가버렸고, 촛불은 넘어져 나무를 태우고 말았다. 이때 나무가 마치 우는 듯 기이한 소리가 났고 이에 놀란 마을주민들이 하루밤 하루낮 동안 불을 껐다고 한다. 이후 가끔 나무가 울고 나면 마을에는 어김없이 재변이 생겼다고 한다. 1982년 노거수는 경상남도 지정보호수로 등록됐다. 마을 사람들은 근방의 땅을 사비로 사들여 대나무를 전부 뽑았고, 고성군과 대가면에 끊임없이 건의해 주변의 배수로를 만들고, 도로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또 무거운 가지들이 몸체에서 찢겨져 나가는 등 문제가 생기자 주민들은 고성군에 또다시 건의해 지지대를 세웠다. 이런 안전보호 시설에도 불구하고 폭우 때면 어김없이 뿌리가 드러나자 올해 초에는 나무에서 150m위에 저류지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 재해들보다 더 큰 문제가 사람이다. 시험을 잘 보게 해달라거나 아들을 낳게 해달라는 굿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무 아래서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하고 사람들도 흔하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 노거수가 그 자태나 역사적 가치 등에도 불구하고 문화재나 천연기념물 보호법이 아닌 산림법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림법에서는 산림허가를 받은 구역 내에서는 나무 채취가 가능하고, 특정 구역 내에서의 무속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을의 진양정씨 원로들은 두 명만 모이면 하나같이 “이 행자나무님을 문화재나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방법 없나”하는 것이 공통화제다. 천연기념물의 지정기준은 ‘학술상 가치 있는 사총(寺叢), 뛰어난 줄나무, 명목(名木), 거수(巨樹), 노수(老樹)’다. 그렇다면 행정의 행자나무님도 합격이다. 얼른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방법은 없을까. 울타리만이라도 쳐서 사람들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빨리 해결돼야 할 문제다. |
/최민화기자 기자 / kn-kosung@newsn.com  입력 : 2007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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