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敎權)이 살아야 미래가 산다
이진만논설위원(철성중학교교사) 기자 / kn-kosung@newsn.com 입력 : 2007년 09월 14일
연일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교육계의 추문(醜聞)들. ‘교육이 무너진다’고 다들 야단이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도리어 교사들이 학생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교실의 붕괴’, 교사가 학생의 인성 교육은 커녕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울 만큼 교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일컫는 이 말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교권 추락의 이유는 무엇이며,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모 교육단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의 영향(33%)을 교권 추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학부모의 과잉보호(25.1%)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22.5%)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세 가지의 이유는 모두 하나로 귀결된다. ‘교육의 부재(不在)’다. 교육의 현장에 교육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이 무너진 것은, 학교가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저출산과 핵가족화’ 때문에 학생들이 급격히 줄어들고, 나머지 학생들도 대부분 집에서 귀한 아들, 귀한 딸로 자라게 된다. 또 거기에 보태어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면서 ‘열린 시대 열린 교육’의 교육이론이 도입됨과 더불어 교실에 내려진 지침은 ‘합당한 사유가 없는 체벌 금지’였다. ‘합당한 사유’라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교사의 체벌이 있을 경우 학생들이 사법기관에 신고를 하도록 제도화함으로, 교육 현장에서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도 체벌을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결국 ‘열린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유를 방임으로 받아들이는 역기능을 발생하게 하였다. 학교 교육이 무너진 이유로 들 수 있는 또 하나는, 학교 교육이 학원(學園)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데 있다. 학교 교육과 학원 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교육의 내용이었다. 학교가 ‘덕·체·지(德體智)’의 교육 목표를 모두 가르친다면 학원은 지식 교육만을 가르치는 곳이다. 그래서 학교는 우리 국민이면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곳이고, 학원은 선택적으로 필요한 과목만 골라서 다니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제 학교에서 학원을 흉내 내고 있다. 학교에서의 교육은 월급을 받는 교사들이 돈을 받은 만큼 지식을 전달하는 의식 행사로 바뀌어가고 있다. 덕·체·지의 삼위(三位)를 가르치는 학교 교육은 이제 고전(古典)이 되어 버렸다. 돈을 받은 만큼 보충수업을 하고 그만큼만 특기적성 교육을 하고 있다. 예전의 교육은 그렇지 않았다. 국어 교사는 글을 잘 짓는 아이가 있으면 수업 후 아이를 남겨 글짓기를 지도했다. 음악에 소질이 있는 아이가 있으면 음악 교사는 자기 돈으로 악기를 사서 아이의 소질을 키워 주었다. 어떤 교사는 늦은 시간까지 퇴근을 않고 아이들을 남겨 특별지도를 해주곤 했다. 그러나 이제 그러지 않는다. 그런 학교 현장의 모습이 교육 부재의 불신감을 불러온 것이다. 학교를 교육 부재의 장으로 만든 것은 교사뿐만 아니다. 기실 그것을 부추긴 것은 학부모들이다. 한때 학교 현장을 혼탁하게 물들였던 ‘치맛바람’으로부터 ‘강남엄마의 자녀 교육법’이 책으로 나올 정도로 학교를 돈으로 흔들고 있다. 그런 돈줄에 휘둘리는 학교 현장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눈에 비치는 교권의 모습은 어떨까? 교권을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저질스런 영화나 드라마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돈으로 자식의 허물을 덮는 학부모가 나오고, 그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흐려놓은 교육 현장을 불신하는 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교권 추락의 가장 큰 이유 세 가지는 톱니처럼 엇물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그러느니 하며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교육이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보이고 있는 ‘교실 붕괴’의 결과는 끔찍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아니, 이미 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돈으로 키운 자녀들이 부모를 칼로 찌르고 불태워 죽이는 이야기들이 신문의 사회면에 자주 나온다. 이처럼 ‘학급 붕괴’가 무서운 이유는 현재의 교실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에까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는 데 있다. 비록 절름발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교육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교권 회복과 학급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학교도 바뀌어야 하겠지만, 그보다는 먼저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우선 학교와 교사를 믿고 아이를 맡겨야 한다. 내 아이만이 소중하다는 우월 의식이나 금권으로 교육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의 학습권과 교육 과정을 자의적으로 침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학부모나 학생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될 경우, 교사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교권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 있을 때에만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통제력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교권이 살아야 미래가 산다. |
이진만논설위원(철성중학교교사) 기자 / kn-kosung@newsn.com  입력 : 2007년 0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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