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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하운의 초기작 ‘전라도길’ 중에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어 다’는 구절이 있다.
그는 본명인 ‘태영’보다 나병시인, 문둥병 시인이 오히려 더 유명하다.
한하운이 앓았던 병은 나병이라고 도 불리는 한센병. 경상도에서는 ‘문둥병’이라고 해서 그들을 천시하고 있다.
고성에도 한센병환자들의 정착촌이 있다. 1950년에 생긴 숭의원에는 한센병이 완치된 1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다. 그러나 얼굴이 일그러진 그들의 바깥출입은 자유롭지 못하다. 숭의원 내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숭의원 이장은 한사코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제 인식이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또 한 번 이런 얘기를 들춰내 좋을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 이유다. 90%이상이 인식이 바뀌었다고 스스로 느낀다며, 이제 숭의원은 자연마을과 행정을 같이 하고, 현재 숭의원에 사는 사람들은 모든 생활이 일반인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들은 외부에 한센병 환자임을 알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센병은 1871년 아르마우어 한센이 간균이 원인임을 밝혀내 그의 이름을 따 한센병이라고 한다.
한센병은 접촉을 한다고 해서 전부 옮는 것이 아니다. 호흡기를 통해 옮는다고는 하지만, 감염은 면역력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센병을 이겨낼 만큼의 면역력이 있다.
가벼운 한센병은 그냥 둬도 낫는최근에는 완치할 수 있는 약도 많아서 걱정할만한 질병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일단 발병 후에는 피부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한센병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사람들은 외부 출입을 스스로 자제하게 된다. 이미 손상된 피부나 관절 등의 외형을 원상태로 복구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일반인의 시선을 받는 것을 피하게 된다. 유전적 성향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고성군 보건소 임영미씨는 “한센병 자체는 완전히 치료된 후에도 얼굴이나 손, 발 등에 여러 변형(후유증)을 남기는 일이 있다. 불치의 병에서 이제는 완치의 병으로 바뀌었다”며, 한센병은 전염성이 있지만, 나균에 의한 만성감염질환이며, 자연치유가 쉬운 병임을 강조했다.
죄인처럼 숨어 살아야 했던 한센병병 환자들. 이들이 가진 병은 결코 죄가 아니다. 그들과 함께 살아도 면역력만 있다면 결코 병이 옮지 않는다.
고성군에 살고 있는 100여 명의 한센병 환자들. 그들이 양지로 나오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