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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청에 전화를 하면 ‘1억 년 전 백악기 대륙, 공룡나라 고성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안내음성이 흘러나온다.
공룡이 살던 땅 고성. 이제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발견에서 연구, 이제는 세계유산으로
1982년 1월 29일. 당시 경북대 지구과학교육과 양승영 교수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하이면 덕명리 주민이라 밝힌 사람이, 동네 바닷가에 공룡발자국 같은 게 보인다고 말했다.
부리나케 달려간 덕명리 해안. 6km나 되는 바닷가를 따라 수놓듯 자리 잡은 수많은 공룡발자국들로 양 교수는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이어 달려온 사람은 역시 경북대의 임성규 교수. 양 교수와 임 교수 둘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이를 만천하에 알렸다.
덕명리 해안은 그야말로 백악기 자연의 보고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공룡 발자국과 새발자국을 비롯해 익룡 발자국까지 백악기에 살았던 생물을 대표하는 것들의 흔적은 모두 남아있었다.
이러한 덕명리 해안은 지질구조 또한 상당히 독특했다.
퇴적층이 뚜렷하게 발달(판상절리)돼 있었으며, 해식 등에 의한 해안의 절경 또한 그림 같았다.
덕명리 사람들은 밥상다리 모양의 바위들 때문에 전부터 쌍발, 혹은 상족암이라 불렀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지금, 상족암의 공룡 발자국은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 411호로, 세계적으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될 기로에 서있다.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세계에서 더욱 인정받는 고성의 공룡 발자국. 그 가치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 고성 공룡발자국
공룡엑스포가 열리기 전만 해도 ‘시멘트 부어놓고 코끼리 데려와 찍은 발자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엑스포 덕분에 수백만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불타고 있다. 감히 어느 누구도 코끼리 발자국이라 말 못할 만큼.
처음 이 발자국을 발견하고 연구한 양 교수는 “이제 너무 유명해 말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라고 한다. 세계지도를 펴고 보면 새끼손톱만큼도 안 되는 작은 나라에 더 작은 도, 그 땅덩어리에서 이렇게 수많은 화석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공룡 메카라고 불리는 곳이 자꾸만 전라남도 해남 우항리가 되고 있다. 고성은 참으로 소극적이다. 조선산업특구처럼 온 군민이 열과 성을 다 해야 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고성군민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러나 양 교수는 “밀도나 수치만 봐도 고성이 단연 으뜸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일회성인 동계올림픽보다 오히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면 영구적으로 관광자원이 되는 것 아니냐. 그것은 세계의 저명한 과학자들이나 세계인 모두가 공인하는 것이니, 나라 가치까지도 올라갈 것이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의 적극성을 강조했다.
양승영 교수의 말처럼, 고성에서 살고 있는 우리보다 오히려 세계무대에서 더 유명한 고성 공룡발자국. 이왕 공룡으로 사람들 끌고, 돈을 벌겠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힘을 써야하지 않을까.
/최민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