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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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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혼란하면 거짓도 진실의 가면을 쓴다. 인간의 욕망이 쌓아 올린 도시는 인간을 노예처럼 부린다. 불안하고 혼탁한 세상은 종말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한 가닥의 빛은 새어든다. 작가 JIN-KAI(진-카이)의 작품이 구비갤러리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나의 붓질은 감정을 다루는 도구이자 화면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두꺼운 색, 긁어낸 표면, 번지고 섞인 색채 속에서 나는 사건의 폭력성과 감정의 날것을 그대로 옮깁니다. 이것이 내가 이 시대를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진 작가의 그림에는 시대가 담겨 있다. 흔적만 남은 고대 잉카제국을 한국 장승과 인디언의 토템폴이, 그리고 그 무속들을 비틀어진 현대인 욕망의 총체인 고층빌딩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다. 파괴된 도시 같은 빌딩 숲 사이로 수만 촛불이 물결을 이루고, 그 끝의 돔 지붕을 이고 있는 건물은 마치 자유의 여신상처럼 불을 밝히고 선 모습은 우리가 민주주의와 정의를 되찾기 위해 맞섰던 현장이다. 처음 그의 작품을 대한 이는 당황스러울 수 있다. 한 폭의 그림이 담은 의미가 너무 크고 깊다. 그의 그림들이 생경한 것은 기존의 방식과 다른 표현, 그리고 ‘그림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그의 사유 속에서 탄생한 그림들은 난해하고 충격적이지만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현실이기도 하다.
“나의 작업은 아름다움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사랑, 권력, 재난, 전쟁, 종교, 도시. 그 모든 주제를 꿰뚫는 것은 인간 본성의 반복된 욕망입니다. 나는 감상자가 작품 앞에서 그 욕망의 무게를,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파괴의 순간을 똑바로 바라보기 원합니다.” 진해 출신인 작가는 20여 년 전 개천면으로 귀촌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유해 온 것들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다. 비극적 상징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즉 신표현주의인 그의 작품은 화려하고 예쁘기보다 인간 욕망의 근원을 꼬집고 복합적이며 표층을 다루고 있다. 심층을 느끼는 것은 관람자의 몫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오랜 사유의 결과물이자 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화두일 것이다.
“나는 전쟁의 불길 속에 던져진 아이였습니다. 내 첫 울음은 혼돈의 북소리였지요. 연극 무대는 공간 감각을 단련시켰고, 도시의 건물들은 나의 캔버스 위에서 기울어졌습니다. 이제 나는 그림으로 말합니다. 권력의 그림자를 찢고, 욕망의 탑을 비틀며, 비극의 심연에서 빛을 끌어올릴 것입니다.” 진카이 작가의 ‘욕망의 도시’ 전시는 ‘무관심의 도시, 깨어나는 무속’, ‘사랑과 갈등의 변주’, ‘권력과 비극의 아이러니’, ‘한국적 종교 이미지와 종말의 풍경’ 등 네 개의 주제로 전시한다. 전통의 무속과 현대의 욕망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미지의 세계를 담은 이번 전시는 8월 29일부터 11월 28일까지 세 달간 구비갤러리(마암면 옥천로 397)에서 진행된다. /황선옥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