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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운 노년을 위해, 노인 아닌 선배시민 되기-배움과 교류로 사회참여 유도하는 네덜란드 “고령사회를 기회로”

HOVO, 고령자 위한 교육과정 제공해 학습욕구 충족
은퇴자 전문성 살려 중소기업 조언하는 PUM
반려견 돌보면서 이웃과 소통하는 OOPOEH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14일
ⓒ 고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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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2025년 말 기준 전체 인구 1천834만6천819명이다. 이 중 20.8%가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이는 유럽 평균을 웃돈다. 1990년대 초 노인인구는 12%대였다. 네덜란드 통계청(CBS)은 2040년 고령인구는 약 26%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빠른 고령화 속도는 연금과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네덜란드는 경제활동 인구감소에 따른 생산성 하락 우려, 연금과 의료 및 돌봄 예산의 부담을 구조적 문제로 보고, 노동시장과 복지제도, 지역사회 제도를 개편함과 동시에 사회참여 확대 전략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 자립과 참여 중심의 네덜란드 고령자 정책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네덜란드에서는 노인을 복지정책과 혜택의 수혜자가 아니라 사회의 능동적 구성원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발 빠른 대처는 이미 10년 전인 2015년 도입된 사회지원법(Wmo)에서도 확인된다. 사회지원법은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지자체가 연 1회 가정 방문을 통해 건강과 생활 상태를 점검하고, 고립 위기 발견 시 지역 복지 서비스 또는 자원봉사 네트워크로 연결하도록 규정한다. 의료기관, 자원 단체, 지역사회가 연계하는 고립 예방을 위한 ‘United against Loneliness(외로움에 맞서는 연대)’ 캠페인도 눈길을 끌었다. 이 캠페인은 정부와 시민단체, 종교 단체 등이 협력해 노인이 지역사회 행사나 취미모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관계망을 다시 형성하도록 지원한다.
경제 활동 측면에서도 고령자의 자립을 중시한다. 법정 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 조기 퇴직 제도 축소, 재취업·자영업 전환 교육, 고령자 채용 장려 정책으로 노년에 ‘역할과 자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실제 통계로도 65~74세 노동 참여율이 2003년 6%에서 2023년 15%로 꾸준히 상승했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단순히 복지 상의 부담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노인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도록 돕는 선제적 접근이다. 고령화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식이며, 고령자와 지역사회가 함께 활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다.

# 은퇴자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아주는 HOVO
HOVO(Hoger Onderwijs voor Ouderen·고령자를 위한 고등교육 과정)는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학위나 자격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한 강좌이다.
1980년대 후반, 평생학습은 네덜란드에서 사회적 화두였다.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은퇴 후에도 지적 성장을 위한 학습을 원하는 수요가 많아졌다. 네덜란드 내 대학들은 고령자를 위한 별도의 고등교육 과정을 만들었다. 이 학습과정의 품질 보증·네트워크 지원하는 연합체가 ‘HOVO Nederland’다.
HOVO는 1986년 그로닝겐대학교에서 처음 시작됐다. 은퇴 후에도 배우고자 하는 수요가 늘자 대학들은 평생교육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1990년에는 각 지역 HOVO를 묶는 협의체인 ‘HOVO 네덜란드’가 설립돼 운영 가이드라인과 홍보, 프로그램 품질 관리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는 라이덴대학교, 그로닝겐대학교 등 전국 다수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주요 지역별 수강 인원은 암스테르담 5천986명, 브라반트 3천59명, 노르트네덜란드 2천21명, 라이덴 1천371명, 위트레흐트 2천771명이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1년에는 수강생이 급감했지만,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1만5천 명이 넘는 수강생이 HOVO 강좌, 테마데이, 2회 이상 진행된 강연 시리즈에 참여했다. 운영 기관은 암스테르담, 브라반트, 라이덴, 위트레흐트, 노르트네덜란드 등 5개 지역 HOVO와 신규 가입한 도르드레흐트 HBO 아카데미다.
평균 6~12회차로 구성되는 HOVO 강의의 한 강좌당 수강생은 약 40명 안팎이다. 강사진은 현직 교수나 퇴직 교수 등 대학 강사진 출신이 맡는다. 강의실은 세대와 배경이 다양한 사람들의 만남의 장이 된다. 이는 학문적 지식 전달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줄이고 세대 간 이해를 넓히는 효과를 낸다. 일부 과정은 최신 연구나 사회적 이슈를 반영해 시의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 유럽 정치 변화 등을 다룬 강좌는 사회참여 의식을 자극한다.
강의 후에는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독서 클럽이나 문화 탐방, 자원봉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부 강좌에서는 대학생과의 공동 수강을 통해 세대 간 교류의 장이 마련된다.
운영 방식은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정규 수업과 동일한 교수진이 강의에 참여한다. 수강료는 학위 과정보다 낮고, 연령 제한은 없지만 대부분 50세 이상이 참여한다. 강의는 대면·온라인 병행도 가능해 접근성을 높였다. HOVO Nederland는 품질 유지와 홍보, 교육 기획자 간 정보 교류를 담당하며, 대학과 전문대학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실현에도 기여한다.
이케네 판 오스턴(Ineke van Oosten) 회장은 “HOVO의 강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고령층이 지역 사회와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라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은 참여자의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세대 간 소통의 기회를 만든다. 네덜란드 정부가 강조하는 ‘활기찬 노년’과 지역사회 내 고령자의 적극적 참여라는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HOVO는 은퇴 이후 자신을 잊었다는 느낌을 받는 이들에게 삶의 새로운 리듬과 자존감을 찾아주는 장”이라면서 “성적이나 검증 없이 지적 호기심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가 HOVO의 힘”이라고 덧붙였다.

# 은퇴 후에도 전문성 살려 사회참여 유도하는 PUM
네덜란드에는 은퇴 후에도 전문성을 살려 세계 곳곳의 중소기업을 돕는 독특한 조직이 있다. PUM Netherlands Senior Experts(이하 PUM)는 1978년 네덜란드 경제계 연합체 VNO-NCW와 외교부가 함께 설립한 비영리 단체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네덜란드 정부의 공식 지원을 받으며,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PUM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약 1천200명의 은퇴 전문가가 활동하며, 연간 약 1,500건의 프로젝트를 소화한다. 활동 무대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30여 개국에 이르고, 지난 45년간 협력한 기업 수만 4만여 곳에 달한다. 2023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열리는 총회에는 500명 이상의 전문가와 직원이 참석해 각국의 활동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한다.
현지 중소기업이 필요 분야를 지정해 의뢰하면, PUM은 해당 분야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은퇴 전문가를 매칭한다. 현장 방문은 보통 2주간 진행되며, 기업 진단과 개선 전략을 제시한다.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한 후속 자문과 ‘트레인 더 트레이너(train-the-trainer)’ 방식의 직원 교육이 이어진다. 현장 여건상 장비나 도구가 부족할 경우, ‘한스 블랑커트 기금(Hans Blankert Fund)’을 통해 전문가가 직접 재정 일부를 지원해 구입하도록 돕는다.
짐바브웨의 한 농업기업은 코로나19 시기 공급망과 경영 전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PUM 전문가 알버트 덴 홀랜더가 투입됐다. 그는 온라인 회의와 현장 자문을 병행하며 공급망 재편과 유통 채널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자문 후 해당 기업은 10개 이상의 판매소와 6개 대리점을 운영할 만큼 사업 기반을 확장했다.
PUM의 진정한 가치는 단순한 경영 컨설팅에 그치지 않는다. 은퇴 전문가들에게는 다시 일터로 돌아온 듯한 설렘, 내 지식이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는 자부심을 제공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이를 고령자의 사회참여 모델로 주목한다. 개인에게는 삶의 의미를 유지할 기회를, 사회에는 노인의 고립을 줄이고 국제 연대를 강화하는 효과를 동시에 가져오기 때문이다.

# 반려견 돌봄을 바탕으로 세대를 연결하는 OOPOEH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에게 산책은 필수적인 일과다. 하지만 고령자들에게는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의 OOPOEH(오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2년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했다.
창립자 소피 브로워 씨는 “같은 동네의 노인이 예전 반려견이 세상을 써난 후 삶에 대한 애정이나 애착이 무너지는 걸 봤다”라면서 “고령자의 일상에도 재충전이 필요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산책 정도로 시작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훨씬 섬세한 정서적 공백을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오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반려동물을 돌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지역의 시니어 돌보미(oppas)와 반려견 보호자(baasje)를 연결해 보호자들이 경제활동이나 외출하는 동안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등 간단한 활동을 진행한다.
55세 이상 노인이 무료로 자원봉사자로 등록하면, 프로필이 온라인에 게시된다. 보호자는 가입비와 월 회비를 내고 거주지역을 선택해 인근의 오포에 연결을 요청한다. 오포의 코디네이터는 활동 가능 여부, 반려견 성격, 거리,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후보를 선정한 후 전화와 대면을 통한 사전 만남, 돌봄 환경과 조건을 확인한 뒤 시험 산책을 거쳐 정식 매칭을 성사시킨다. 이렇게 만남이 성사되면 돌보미는 평균 주 1~2회, 견주 대신 반려견을 돌보게 된다.
현재 네덜란드 전역에 활동 중인 돌봄회원은 3천300여 명, 보호자는 3천500명 정도다. 보호자는 주로 경제활동이 활발한 35~50세, 돌보미들의 평균 연령은 65세다. 최고령 회원은 102세이다.
보호자들이 내는 월회비는 15유로, 우리돈 약 2만 원이며 약간의 기부금으로 부족한 재정을 보완한다.
설립자 소피 브라워 씨는 “오포는 강아지를 매개로 노인과 이웃을 연결해 더욱 활동적인 삶을 살도록 돕는 것”이라며 “강아지에 대한 애정은 필수지만 키워본 경험은 꼭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단순한 봉사활동과 다른 것은 액티브 시니어들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오포 활동에 참여하는 봉사자들은 정기 산책을 통해 신체 활동량 증가, 기분 개선, 외출 빈도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프라 스토르(Afra Stor)씨는 “이웃의 반려견과 함께 걷고 시간을 보내면서 오늘의 나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심리적으로 안정된다”라면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면서 얼마 전에는 1만5천 보를 달성했는데 이건 오포의 활동이 나의 신체적 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였다. 은퇴 후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사회적 소외감이나 고립감, 외로움을 귀여운 반려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떨칠 수 있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오포는 시급이나 주급, 월급을 받는 펫시터와 다르다. 오포에서는 평일 근무시간 전체를 맡아달라거나 펫시터로 여기는 요청은 단체에서 거절한다.
오포의 최대 장점이자 강점은 반려견을 공통관심사로 둔 이웃들이 쉽게 대화하고 어울리며 소통한다는 점이다. 오포 회원들은 일회성 산책을 넘어 정기적인 산책 모임, 커뮤니티 워크숍, 반려견 건강 세미나, 지역 교류 이벤트 등을 개최한다. 이는 참여자 간 유대감 형성과 지역 네트워크 회복 역할을 한다.
지자체에서도 오포를 노인 외로움 해소 정책의 실행 파트너로 지정하며, 홍보 및 비용을 지원한다. 소셜 인프라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이같은 노인사회참여 활동은 지역통합과 세대통합인 동시에 새로운 노인복지 모델이 될 수 있다.
/최민화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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