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 아이를 분만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의 출산장려정책과 반대로 산부인과는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조사에 의하면 전국 산부인과 의원 수는 올해 3월 현재 1,798개. 이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67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전국적으로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50개에 달하며, 이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고성군 내에는 산부인과가 하나 밖에 없다. 그러나 아름다운여성의원에서 산과 진료를 보지 않은 것은 벌써 3년 전. "산모가 없으니 분만실을 닫을 수 밖에 없었죠.
고성은 타도시와의 거리가 가까우니 도시에서 산전부터 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정대현 원장은 차선책으로 원래 이름인 서울산부인과 대신 아름다운 여성의원으로 개칭하고 피부과와 성형외과 진료를 같이 보고 있다.
출산이 임박한 산모들은 정 원장의 소견서를 가지고 마산, 진주, 통영의 산부인과로 간다. 그러나 이동 중 발생한 문제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
이는 산모들의 내 아이는 최고로 키우겠다는, 일명 '명품베이비' 때문에 대도시의 산부인과를 선호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아무리 진료를 잘하더라도 분만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일주일 전 둘째아이를 출산한 고성읍의 김미정씨는 첫째아이 때와 마찬가지로 산전 검진은 고성에서 받았지만, 출산이 임박해서는 통영으로 가야했다.
"버스 타기도 힘들어서 직접 운전해서 왔다갔다 했는데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한 병원에서 검진 받고 그 기록을 토대로 출산을 해야 의사도 산모도 아무런 걱정없이 출산할 텐데 마지막 달에 병원을 바꾸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김씨는 첫째아이와 둘째아이 모두 9개월째에 통영의 산부인과로 옮겨 산전 검진을 전부 다시 받아야했다.
또 얼마 전 출산 당시에는 전 가족이 통영으로 이동하는 등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고생을 해야했다.
김씨가 ㅁ산부인과에 입원해 출산하는 동안 본 고성의 산모들만 3명. 이 병원에는 전체 산모의 절반 이상이 고성의 산모라고 한다. 출산 이후에도 조리를 위해서 고성으로 옮겨와야 했다.
진료비나 출산, 입원 등에 드는 비용은 고성에서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문제는 만삭의 몸으로 이동해가며 출산을 할 경우 산모는 물론이고 뱃속의 태아에게까지 스트레스로 인한 문제를 줄 수 있어 정상 분만이나 태아의 성장에 무리를 줄 수 가능성이 크다.
또한 최근 가족분만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분만 시 가족이 모두 이동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래 지역에서 출산하는 것과 비교해 타 지역에서 출산하는 비용은 적게는 1.5배, 많게는 두세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대한산부인과 의사회 고광덕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물가는 미국 뉴욕의 95%에 이르는 등 물가상승률은 치솟고 있지만, 분만비는 뉴욕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며 “보험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갈수록 분만 진료를 꺼리는 의사들이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출산장려정책 덕분에 둘째, 셋째까지 낳는 가정이 늘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급한 것은 기저귀값으로도 모자란 돈 얼마만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