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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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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 ‘쌀’ 외면하는 농업지역 고성 ② 청년들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쌀’ ③ ‘쌀’이 만든 농촌의 기적, 가와바무라 ④ ‘농촌’과 ‘쌀’도 문화와 관광이 되는 일본 ⑤ 사람이 머무는 고성 만들기의 대안 ‘쌀’
쌀 한 톨에는 문화가 담겨 있다. 농업이 쇠락하고 지역은 사라지고 있는 지금, 농업 지역인 고성은 쌀과 농업,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몇몇 지역은 쌀과 논, 밥상을 문화 콘텐츠이자 관광 자원으로 바꾸며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쌀이 곧 지역의 얼굴이 되고, 밥 한 공기가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밥 한 공기가 예술이 되는 곳, 하치다이메 기헤 도쿄 긴자는 일본 내 매출 1위 백화점과 명품 매장들이 자리 잡은 화려한 거리다. 그 한복판에 자리한 하치다이메 기헤는 밥 한 공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곳으로 유명하다. 하치다이메 기헤는 예약하지 않으면 긴 대기 시간을 감수해야 할 만큼 인기다. 매장이 크지 않은 데다 밥 한 그릇을 짓는 데 30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약 후 받아든 한 상은 일본의 초여름을 그대로 담은 듯하다. 갖가지 회와 조림, 성게까지 곁들여지지만,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밥맛이다. 하치다이메 기헤는 매일 새벽 산지에서 갓 도정한 쌀을 들여오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솥에 밥을 짓는다. 쌀의 보관법, 블렌딩 기술, 정밀한 온도와 수분 조절로 완성된 솥밥은 ‘밥맛 하나로 완성된 예술’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곳은 밥맛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블렌딩 워크숍’은 소비자가 품종이 다른 쌀을 1% 단위로 배합해 자신만의 쌀을 만들고, 이를 병에 담아 가져갈 수 있다. ‘My Taste’ 오감 체험은 쌀의 향과 질감, 맛을 다섯 감각으로 느끼며 언어로 표현하도록 구성됐다. 솥밥 데모 시연은 쌀 도정부터 밥 짓기까지 전 과정을 공개하며, 밥맛을 결정짓는 작은 요소에 담긴 정성을 전한다. 하시모토 다카시 대표는 “소비자가 밥맛에 담긴 가치를 느끼는 순간, 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라며 “밥 한 공기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이야기가 되고, 문화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치다이메 기헤는 쌀의 생산과 정미, 블렌딩, 조리 전 과정을 스토리로 엮으며 밥 한 공기에도 이야기를 담고 있다.
# 도심 속 쌀 문화 공간, 아코메야 도쿄 긴자의 중심에 자리한 아코메야 긴자점은 쌀 편집숍이자 문화 공간이다. 2013년 문을 연 이곳은 단순한 쌀 판매점이 아니라 전국 50여 농가의 고급 쌀과 장아찌, 된장, 전통 그릇, 밥 짓기 도구까지 함께 판매하며 ‘밥상 전체’를 제안한다. 아코메야는 도시 소비자에게 쌀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달 열리는 ‘생산자 초청 식사회’에서는 농가가 직접 밥을 지어 손님들과 밥맛과 농사의 이야기를 나눈다. 20~30대에게 인기인 ‘원데이 쿠킹 클래스’는 도정 체험, 밥 짓기 체험, 품종별 맛 비교 등으로 오감을 만족시킨다. 아코메야는 홈페이지에서도 “쌀을 통해 사람과 사람, 도시와 농촌을 잇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며 “밥 한 공기에 스토리와 철학이 담길 때 소비자가 공감한다”라고 말한다. 아코메야는 쌀을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문화로 소비시키며,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 논과 쌀이 관광지가 된 니가타현 니가타현은 쌀, 눈, 사케로 유명한 ‘삼백(三白)의 고장’이다.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고시히카리 쌀은 일본 전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최고급 쌀로, 니가타의 사케 양조장 90여 곳은 이 쌀로 빚은 사케로 일본 미식 문화를 이끌고 있다. 니가타현은 일본 최고의 쌀 산지로 손꼽히며, 최근에는 농업에 머물지 않고 쌀과 농업을 예술과 관광으로 접목하며 농촌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논밭은 문화와 관광 자원으로 변모하며, 사계절마다 다른 빛깔과 풍경을 지닌 명소로 거듭났다. 이는 쌀과 논이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고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핵심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니가타현은 인구 감소, 고령화, 농촌 공동화라는 위기를 맞아 농업만으로는 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다. 이에 쌀농업과 논을 관광 자원으로 재해석해 지역 재생에 나섰다. 2000년부터 시작된 ‘대지의 예술제(Echigo-Tsumari Art Triennale)’는 도카마치시를 포함한 760㎢의 농촌과 산간 마을을 무대로 3년마다 열린다. 논과 밭, 협곡, 폐교 등은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변모했고, 200점이 넘는 설치 미술 작품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전시된다. 그 중심에는 논과 쌀농업의 가치가 자리한다. 기요쓰 협곡의 ‘빛의 터널’은 750m 터널 끝에서 협곡과 물웅덩이, 빛의 예술이 어우러진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SNS에서 ‘인생샷’ 명소로 자리 잡았다. 호시토게 계단식 논은 아침 운해, 봄 새순, 여름 초록, 가을 황금 물결, 겨울 설경이 어우러져 사진 애호가들을 불러 모은다. 대지의 예술제는 첫해 16만 3천 명을 불러모으며 약 128억 엔의 경제 효과를 냈고, 이후 2015년에는 50만 명 이상이 방문해 지역 숙박, 음식, 기념품 산업은 물론 농산물 직거래 시장까지 활성화됐다. 니가타현 나가오카시 야마코시 지역의 ‘야마아카리’ 축제는 계단식 논과 저수지를 무대로 한 조명 축제로, 쌀과 논, 농촌의 가치를 밤하늘에 빛으로 수놓는다. 이곳에서는 쌀과 그 가공식품, 사케가 판매되며 쌀농업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관광객은 논길을 걸으며 논과 쌀의 가치를 오감으로 느끼고, 농촌의 멋을 담는다. 논을 캔버스로 활용한 라이스 아트와 벼짚을 활용한 대형 조형물 전시도 관광객의 시선을 끌며 SNS 홍보 효과를 높이고 있다. 니가타의 성공은 주민 참여에서 비롯됐다. 주민들은 작품 제작, 논밭 관리, 프로그램 운영, 해설사로 참여하며 관광의 주체가 됐다. 쌀농업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논밭의 계절을 소개하는 주민 해설은 관광객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니가타의 사례는 고성군을 비롯한 국내 농촌에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 쌀과 논, 농업 유산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경제를 지탱하는 문화 자산이 될 수 있다. 고성군도 주민과 함께 창의적 관광 모델을 개발해 지속 가능한 농촌 경제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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