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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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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디카시작품상 피뢰침
태어날 때부터 맨손 맨발이었다 살겠다고, 기어이 살아남겠다고 다시 직립보행의 자세로 걷기 시작했다 저 소나무들도 땅속 깊이 맨발일 것이다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한
태어날 때부터 맨손 맨발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살면서 덤으로 얻어지는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가지고 온 것처럼 우리는 착각하고 오만하고 살아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산다. 아니 아주 당연한 현실이라고 믿고 왔다. 인간이 가장 강할 것 같은 생각에 갇혀있다가도 한순간 끙끙 앓아눕는 감기에도 못 이기는 아주 나약한 존재를 알고 난 뒤는 우리는 아주 작은 인간일 뿐이고 자연의 한 귀퉁이에서 존재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이에 따라 겸손과 이해에 대해 순응하는 자세가 된다. 이원규 시인 <피뢰침> “기어이 살아남겠다고/다시 직립보행의 자세로 걷기 시작했다/저 소나무들도 땅속 깊이 맨발일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살아남아야 하는 의지를 배우게 된다. 기어이 살아남기 위해 직립보행을 해야 하는 일을 배워야 하는 것처럼 얼마나 많은 경험을 겪어야 하는 것 중 더불어 세월과 시간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있다. 가만히 있을 것 같은 저 소나무도 땅속 깊이 원초적인 모습은 맨발로 견디는 것을 이 시를 통해 알게 된다. 숱한 잎들을 달고 버리는 자세의 가장 큰마음 밑바닥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맨발이 우리와 함께 나란히 공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있는 한 기어이 살아보겠다고 살아남겠다고 움직이는 우리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은가. 우리는 오늘도 제각각의 하루를 선물 받았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의무를 진 것처럼 살만한 곳이 이 세상이라고 말한다. 남기고 갈 것 없다고 하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천지가 아름다운 풍경이고 우리가 살아온 맨발의 투혼이 남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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