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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담은 언니들의 꾸러미, 언니네 텃밭

직접 재배한 채소와 두부, 간식 꾸러미
환경 토종씨앗 식량주권 보존 위해 노력
포장재 택배비 지원 안 돼 생산자 부담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6월 13일
ⓒ 고성신문
ⓒ 고성신문
아직 온기가 남은 두부 한쪽을 입에 넣는다. 마트에서 산 것처럼 세련되고 매끄럽진 않지만 고소하기는 이를 데가 없다. 입안에 남는 콩 냄새가 비리지 않고 자꾸 손이 가게 한다.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손두부처럼 거칠지만 맛이 깊다. 언니네 텃밭이 그렇다.
“언니네 텃밭 꾸러미는 고향 텃밭에서 갓 뽑았을 법한 싱싱한 채소와 엄마가 만들어 시골 밥상에 올릴 것 같은 먹을거리들로 꾸렸습니다. 고향의 큰언니가 도시의 동생에게 보내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언니들이 보내는 꾸러미에는 계절이 담겨 있다. 생산자 ‘언니’들은 직접 생산한 유정란, 막 밭에서 뽑아온 대파라든지 직접 기른 마늘만 사용한 마늘장아찌 등 제철 식재료에 직접 만든 손두부와 식혜, 선식 등 간식류까지, 10여 종의 반찬과 식재료로 꽉 차 있다.
 
모든 식재료와 채소들은 제초제 한 번 뿌리지 않고, 일일이 풀을 뽑아가며 키워낸 우리 농산물이다.
두부 하나도 직접 재배한 콩을 삶고 갈아 내린 콩물에 간수를 섞어 콩물이 엉기면 일일이 면포를 덮어 예닐곱 번을 눌러 만든다. 아무리 기계화됐다지만 사람 손이 안 갈 수가 없다. 한겨울에도 땀이 뻘뻘 날 정도로 힘들지만 두부가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서 꾸러미에 안 넣으면 소비자들이 서운해하니 꼭 해야 한다.
구메구메 포장된 제철 꾸러미는 매주 화요일 40여 개씩, 매주 회원과 격주 회원을 합쳐 70여 명의 도시 동생들에게 배송된다. 한 달이면 160개 꾸러미가 전국으로 배송된다. 얼핏 그 숫자가 적은 것도 같지만 언니들이 직접 농산물을 재배하고 가공하는 수고와 우리 땅에서 난 우리 농산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꽤 푸짐한 꾸러미다.

언니네 텃밭은 2011년 8명의 생산자들이 얼굴과 이름을 내걸고 소비자와 직거래를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언니들은 모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고성군여성농민회 소속 회원들이다. 언니들은 소규모 농가의 무제초제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작물 재배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런 농업은 종의 다양화에 기여하고, 자연환경의 오염은 최소화하면서 토종씨앗을 보존하니, 미래 전쟁이라는 식량 주권도 이룰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꾸러미 사업에서 생기는 소득은 소규모 여성 농업인들이 경제적 주체가 될 수 있게 한다. 경제적 독립은 여성 농업인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또한 여성 농업인 공동체로서 여러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부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의논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기회가 된다.

14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언니들도 나이가 들었다. 이제는 최정분 회장을 비롯한 4명의 왕언니와 2명의 젊은 언니들이 생산과 실무를 함께하고 있다. 60대 초반에 언니네 텃밭을 함께 시작했던 생산자들은 이제 70대 중후반, 많게는 80대가 되면서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다.
“공동체 꾸러미 사업은 고민도 많이 해야 하고 시간과 품도 많이 드는데 반해 큰 소득이 나지 않습니다. 소규모 다품종 농사를 짓는 여성 농민도 찾기 힘들어요. 그러니 젊은 생산자들이 언니네 텃밭 꾸러미 사업의 가치는 공감하지만 선뜻 참여하기 쉽지 않아요.”

농촌의 고령화는 언니네 텃밭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젊은이를 찾기 힘든 농촌에서 뜻을 같이하는 생산자를 찾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다행히 5월부터는 의욕 넘치고 손끝 야무진 서은주 회원이 텃밭의 가치에 공감하면서 언니네 텃밭에 합류했다.
회원 확보만큼 아쉬운 것이 포장재와 택배비 부담이다. 언니네 텃밭은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피해가 없도록 포장을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포장재와 택배비는 꾸러미 가격을 구성하는 데 20% 정도로 큰 몫을 차지한다. 공동체는 매월 생산자 소득에서 10%를 꾸러미 운영비로 내면서 충당하니 생산자들에게 부담이 된다.

함께한 세월이 10년이 훌쩍 넘으니 시설도 노후해 손봐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러나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다 보니 살림이 넉넉하지 못해 고치고 아끼는 수밖에 없다.
“우리 농업을 살리는 일입니다. 일부라도 지원을 받아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에서 이 가치 있는 일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니네 텃밭은 선한 영향력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환경과 건강, 교육, 경제, 식량 주권의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더 많은 분이 생산자들의 뜻을 함께해 주시고, 텃밭의 가치를 생각하며 동행해 주시면 그만큼 큰 힘은 없을 겁니다.”

최민화 기자 / 입력 : 2025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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