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에서 태어나 자라서 도시의 학교에서 가르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 후학들을 키내는 데 고심하는 이삼화 교육장. 2개월 후면 고성 교육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이 교육장에게서 고성 교육의 바람직한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고성 교육의 수장으로서 가장 신경을 쏟는 것은 어떤 부분입니까?
A 인성교육이죠. 항상 인간다워야 해요. 바른 품성이 먼저고 그 다음이 학력이잖아요. 기성세대가 지적하고 지도하는 품성교육, 서로 관심을 갖고 지도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합니다.
교육이 살아야 고성이 사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산업특구가 되고, 인구가 몰려와도 교육에 대한 만족을 갖게 하는 것이 교육의 책무입니다.
교육 때문에 전학 갔다, 교육 못 믿어서 전학 갔단 소리는 안나와야할 것 아닙니까.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믿음을 받고,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Q. 사교육, 고성도 예외가 아닙니다.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진행하는 일이 있으십니까?
A사교육을 어떻게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나 하는 것이 숙제예요. 사교육비 감소를 위해 정부가 고민한 결과 나온 것이 방과 후 학교죠.
학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부담이 큰 사교육 대신, 학교에서 실시하는 것이 방과후학교예요.
그런데 요즘 학부모들, 아이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쏟습니다. 옛날에는 그냥 선생님께 맡겨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안그래요. 그러니 일반 학원들보다 오히려 학교에서 하는 방과후학교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거죠.
고성도 마찬가지예요. 고성엄마들도 교육에 관심이 워낙 많다보니 방과후학교에도 관심들이 많아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선생님이나 교육환경 등에 많이 신경 쓰게 됩니다.
Q. 한국을 영어공화국이라고들 하죠. 영어 열풍, 이에 관한 교육장님의 입장은 어떠십니까?
A영어는 이제 어딜 가든 필요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경남도에서 원어민교사 1명을 지원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1명이 동중, 여중, 철중, 고중, 삼산분교에서 주 20시간 강의하고 있어요. 이게 참 힘들죠. 그래서 연차적으로 3명 정도 지원요청을 할 예정입니다. 창녕의 경우 집중투자를 통해 영어마을을 만들었어요.
군수님께 이러한 부분의 지원을 요청했더니 어려운 지방재정이지만 연구 검토하겠다 밝히셨습니다.
영어교육은 꼭 필요해요.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 하는 노력여하에 달린 문제입니다. 폐교 등을 이용해 영어마을을 운영하면 큰 돈 안들이고도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죠.
또 학원에는 필리핀 결혼이민 여성인력을 활용해 그들을 취업도 시키고 아이들은 영어도 배우고...일석 이조 아닙니까?
Q. 고성출신 교육장으로서의 장단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제일 어깨가 무거운 것이 고향에서 교육의 수장으로 발령받아 일한 거죠. 고향이기 때문에 걱정했어요.
재직 당시나 공직을 떠난 후 과연 교육장다웠나 평가했을 때 긍정적이면 좋지만 부정적인 결과는 무섭고 두려워서 말이죠. 어떤 평가가 나올지 의문스러워요. 그래서 항상 고민하고 미래를 보면서 연구하죠.
어느 중학교 공사를 할 때 일이었어요. 공사 담당자가 건설 부분에서 어떠하다 말을 하는데 제가 이러이러하게 해달라 했더니 왜 그렇게 꼼꼼하게 확인하시냐 하더라고요.
내가 그랬죠. “당신은 공사하고나면 끝이지만 나는 여기가 고향이다. 안볼 사람들도 아닌데 어떻게 대강대강 하느냐. 나 욕먹는다”. 내 고향이 아니라도 그래야 해요. 후배나 후손들이 이용할 거니까요.
Q. 지금이야 한 지역의 교육을 총괄하는 분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셨습니까?
A지금 생각하면 참 순수했죠. 재미난 일도 많았어요.
지금까지 생각나는 두 가지가...고성중학교 다닐 때 삼락에서 25리 정도 자갈길을 자전거로 통학했거든요. 비오는 날 송도쯤에서 우산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여고생을 받아버렸어요. 그 여고생은 옷 다 젖고, 흙 다 묻고 학교 못갈 판이지. “누나 잘못 했어요”하는데 따귀를 때리더라고요.
세월이 지나서 총각시절 처음 선생이 돼서 토요일에 울산에서 버스로 고성에 내려오는데 그때 따귀를 때린 누나를 버스 안에서 만났어요.
따귀 맞은 후에도 한 번씩 보였는데 그걸 그 누나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알고 보니 누나 남편이 울산 장생포초등학교 교사였어요. 참 사람 인연이란 게 묘하죠?
또 당시 농고지, 경남항공고에 다니는 동네 형 자전거 앞에 타고 가는데 그때가 모내기한지 얼마 안됐을 때예요. 우산리에서 형이 자기가 페달을 밟을 테니까 나보고 운전을 하래요. 잘될 리가 있나. 논에 들어가 박혔지. 진흙 범벅이 돼서는 학교 못 간다 싶어서 대가저수지 아래 수로에서 씻었어요.
팬티만 입고...무덤 근처 소나무에 옷 빨아 널어놓고 학교 끝나는 시간까지 도시락 까먹고 기다렸어요. 집에 그냥 갔으면 될 걸, 참 순수했죠.
Q. 현직 선생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생활지도는 선생님의 학습지도와 같은 수준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수업을 잘 하시면 선생님이 뭐라 지적하고 혼내도 아이들이 수긍하는데, 수업 수준이 낮으면 아이들은 야단을 쳐도 수긍하지 않거든요.
요즘은 학생들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요. 그럼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학생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죠.
또 학생을 존중할 줄 알아야하고 잘한 일에는 칭찬을 하기도 해야 합니다. 교사는 부단한 연찬(硏鑽)이 숙명이에요. 어떻게 우수한 학생으로 만들 것인가 언제나 연구하는 것이 교사의 숙제입니다.
Q. 마지막으로, 올 8월이 퇴임인데 그 전에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요?
A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이 돼야 합니다. 그걸 꼭 이루고 가야하는데...딱 2년 아니 1년만 더 있으면 좋겠어요.
영어마을 같은 건 군민과 지식인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영어마을도 만들어질 거고, 어디 나가도 뒤지지 않는 교육의 장이 마련됩니다.
고성의 영재들을 전부 모아서 영재교육도 해야 해요. 지금 영재교육원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해요.
고성에서는 이만한 영재교육이 힘들죠. 그걸 꼭 제대로 해내고 가야하는데...참 아쉬워요.
이런 부분은 고성군민들과 행정 모두 뒷받침돼야 하는 일입니다. 고성을 살리기 위해 군민 여러분이 조금씩만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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