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2025-07-12 19:45:3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동동숲 아동문학 산책

오월의 동동숲 때죽나무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5월 23일
↑↑ 동동숲의 때죽나무가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꽃잎을 떨구고 있다.
ⓒ 고성신문
때죽나무에 대해서는 고성신문 2024년 6월 7일자(아동문학 산책67-동동숲의 때죽나무와 마삭줄), 2024년 12월 7일자(아동문학 산책 77-동동숲의 때죽나무), 2025년 3월 21
자(아동문학 산책 84-동동숲 숲가꾸기)에 때죽나무의 생태와 때죽나무에 얽힌 이야기, 동동숲에서 때죽나무의 역할에 대해 쓰여져 있다.
지난 3월 17일부터 거의 한 달에 걸쳐 끝낸 동동숲 간벌작업은 ‘동동숲 때죽나무의 완성’을 가시화했다. 간벌 후 2~3년이 지나야 기대됐던 숲 모습이 금방 신기루처럼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요 며칠, 설레는 마음으로 밤낮을 보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때죽나무 꽃향기에 취해 있었다. 때죽나무 꽃이 하얗게 핀 나무를 고개가 아프도록 쳐다보고, 때죽나무 꽃이 하얗게 떨어져 있는 숲길을 새벽에도 걷고, 아침에도 걷고, 낮에도 걷고, 해질 무렵에도 걷고, 땅거미가 질 때도 걸었다. 코로 들어간 향기가 발끝에 닿을 정도로 깊고 긴 호흡을 했다. 햇살이 숲으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아침 나절 팔색조가 울었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울물은 알토와 베이스 톤으로 흐르고 군데군데 점을 찍어놓은 듯 뻐꾸기와 산비둘기가 운다.
오월의 아침숲은 다섯 시 반 무렵이 절정이다. 온갖 새들이 한 번씩 목청을 가다듬고, 동쪽 산등성이가 훤해지면서 나뭇잎이 하루 일을 시작한다. 꽃이 없어도 숲이 향기로운 이유다.
동동숲의 산책로는 비가 오지 않아도 알맞게 촉촉이 젖어있고, 맨발로 걸으면 그 감촉이 섬유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절반이 황토라서 발바닥에서 거슬러 올라오는 기운이 끓는 약탕관 한지 뚜껑으로 올라오는 그것과 같아 온몸이 따뜻해진다. 갑자기 길바닥이 환해진다. 길 가득 하얀 꽃송이다. 때죽나무 하얀 꽃송이가 수 백, 수 천으로 무리를 지어 살포시 누워있다. 노란 꽃술로 방긋이 웃으며 수줍은 교태를 부린다. 언제 떨어진 꽃잎일까? 며칠 전에 떨어진 꽃잎을 이불로 삼고 그 위에 떨어져 있는 새 꽃잎, 아침 꽃잎, 그것을 그냥 밟고 지나갈 수 없어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며 또다시 <궁궐의 우리 나무>를 쓴 박상진의 글귀가 생각난다.
-어린이날을 지나면서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처럼 5월의 화창한 날, 때죽나무는 하얀 꽃을 피운다. 그것도 띄엄띄엄 감질나게 하나씩 피우는 게 아니라 1~5송이씩 모여 소곤소곤 재잘대는 아이들을 보듯,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 핀다. (중략) 수술은 꽃이 활짝 피면 연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흰쪽이 심심함을 보완해 주는 포인트다. 꽃들은 모두 한결같이 다소곳하게 아래를 내려다 보고 피는 모습이 부끄럼타는 사춘기 소녀처럼 정겹다.-
꽃을 피우고 있는 때죽나무와 때죽나무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움’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립다’는 ‘만나고 싶거나 보고 싶은 마음이 애틋하고 간절하다’는 뜻이고, ‘그리움’은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애타는 마음’을 말한다. 사람을 좋아해서 그냥 생각하면 그 사람을 통제하고, 소유하고, 의심하고 싶은 마음이 곁들여지지만 그러워하면 그것이 다 지워져 순백의 마음만 남는다. 꽃을 피우고 있는 겸손하고 수수한 때죽나무와 그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운 사람, 순박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이제 동동숲은 해마다 다른 모습의 때죽나무로 향기로울 것이다. 산책길의 때죽나무는 길 쪽으로 우산처럼 가지를 드리우고, 나무 아래나 나무 곁에는 나무에 어울리는 앉을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누워서 하얀 별꽃을 쳐다보는 자리도 만들고, 앉아서 책 읽고 생각에 잠기는 자리도 만들 것이다. 소리없이 떨어지는 꽃송이가 가슴 깊은 곳에서 다시 피어, 때죽나무 꽃처럼 수수한 향기가 풍기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4월에는 으름꽃, 5월에는 때죽나무꽃, 6월에는 마삭줄꽃 향기로 그윽한 동동숲은 아동문학의 향기를 더해 맑고 아름다운 동심의 숲이 될 것이다. 동동숲의 때죽나무는 5월 말까지 계속 꽃을 피울 것이다.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누군가를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다면 때죽나무 꽃피는 동동숲으로 와 맨발로 꽃길을 걷고, 그 꽃그늘 아래 서 볼 일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고성신문 기자 / gosnews@hanmail.net입력 : 2025년 05월 23일
- Copyrights ⓒ고성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만평
상호: 고성신문 / 주소: [52943]경남 고성군 고성읍 성내로123-12 JB빌딩 3층 / 사업자등록증 : 612-81-34689 / 발행인 : 백찬문 / 편집인 : 황수경
mail: gosnews@hanmail.net / Tel: 055-674-8377 / Fax : 055-674-8376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 다01163 / 등록일 : 1997. 11. 10
Copyright ⓒ 고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함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백찬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