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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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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동화나무의 숲에는 ‘영랑옥애모란’이 있다. 모란은 4월이 끝날 즈음부터 5월이 시작해서 한참 동안 피는 꽃 중의 꽃이다. 크기도 생김새도 색깔도 향기도 으뜸이다. 겨울 끝자락에서부터 꽃눈을 밀어 올려 참고 참았다가, 봄이다 싶으면 금세 꽃을 피운다. 겹꽃, 흰색, 노랑, 빨강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홑꽃으로 피는 자홍색이 으뜸이다. 모란꽃에는 향기가 없다고 하지만 선덕여왕과 얽힌 일화에서만 그럴 뿐, 모란의 향기는 그윽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란은 부귀영화의 상징으로 조선 시대에는 결혼식 때 입는 옷과 침구류 등에 수로 놓기도 했으며, 중국에서는 ‘꽃의 여왕은 모란이고, 꽃의 재상은 작약’이라며 당나라 때는 모란이 피는 계절이 되면 온 백성이 꽃을 찾아다니며 감상하는 게 유행이었고, 지금도 모란꽃 축제를 여는 곳이 많다고 한다.
모란은 목단이라고도 하고, 작약은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목단(牧丹)은 옛날부터 중국, 일본과 함께 牡丹(모단)으로 썼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유사에 목단으로 잘못 쓰이는 바람에 오늘에 이르렀다고도 하며, 발음할 때 활음조 현상으로 목단이 모란으로 불리게 되었다. 모란보다 조금 늦게 피는 작약과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여러해살이풀로 알면 된다. 영랑(永郎)은 1903년 강진에서 태어난 김윤식 시인의 아호다. 영랑은 1930년 3월에 창간된 《시문학》에 시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언덕에 바로 누워」 등 6편을 발표하면서 1950년 9.28 수복 다음 날 유탄을 맞아 세상을 떠날 때까지 80여 편의 시와 역시 및 수필을 발표했으며, 1935년 박용철이 발간한 『영랑시집』과 1949년 자선으로 발간된 『영랑시선』, 1981년 문학세계사가 그의 시와 산문을 모아 발간한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가 교과서에 실리면서 전 국민의 애독시가 되었으며,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길 15에는 1948년까지 영랑이 살다간 집을 1985년 강진군이 매입, 1993년 복원한 영랑생가 가까이 ‘시문학파기념관’과 ‘세계모란공원’이 있다. 강진군은 올해부터 군나무를 동백나무로, 군꽃을 모란으로 정할 만큼 영랑시인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 동아일보사와 함께 ‘영랑시문학상’을 제정해 지난 4월, 상금 3,000만 원의 제22회 시상식을 차리고 문학관광자원을 폭넓게 알리기 위해 ‘강진 반값 여행’ 같은 관광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영랑옥애모란’의 ‘옥애’는 동화작가 김옥애 선생이다. 김옥애 선생은 1946년 강진에서 태어나 전남여고, 광주교육대학, 호남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1975년 전남일보, 197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우리나라 대표동화작가다. 「봉놋방 손님의 선물」, 「흰민들레 소식」, 「아라온호와 함께」, 「두루미 데려오기」, 「경무대로 간 해수」, 「아빠, 냉이꽃 예쁘지요」, 「추성관에서」 등 80여 권의 동화·동시집을 발간해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이주홍문학상,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송순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동시 「잠꼬대」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국어활동 교과서에 실려있다. 영랑 어머니와 김옥애 선생 조부님이 친남매, 영랑은 김옥애 선생 아버지의 외사촌, 그래서 영랑을 당숙으로 부르는 김옥애 선생은 고향인 강진, 가우도가 보이는 곳에 예쁜 글집을 마련하고 강진군이 이름 지어준 ‘김옥애길’을 걸으며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글을 쓰고 있다.
동화집 『흰민들레 소식』에서 ‘나눔이란 내가 조금 덜 가지는 것, 누군가를 위해 내 것을 내놓는 일’이라고 말한 김옥애 선생의 동동숲 나무는 글샘 아래 꽃무릇 군락지에 있는 소나무다. 강진의 모란, 동백은 조영남의 노래에도 있지만, 조영남이 부르는 「모란동백」은 사실 시인·소설가·삽화가인 이제하 선생의 시, 작곡, 노래다. 밀양에서 태어나 마산과도 인연이 있는 이제하 선생은 1956년 《새벗》에 「수정구슬」로 등단한 동시인이다. 선생의 시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에 나오는 ‘서울 친구’가 《열린아동문학》 초대 발행인 유경환 선생이고 보면 동시동화나무의 숲 곳곳에서 자라는 천여 그루의 동백과 ‘영랑옥애모란’의 ‘모란’은 예사 인연이 아니다. 「모란동백」노래를 동동숲에서 부르면 영랑 생가에서 김옥애 선생이 가져온 한 그루 모란은 일당 천의 꽃 중의 꽃이 된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