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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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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에는 꽤 강한 힘이 있다. 지친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위로의 힘이라든가 화로 펄펄 끓는 속을 가라앉히는 진정의 힘 같은 것 말이다. 손음 시인이 쓴 활자들은 그의 이름처럼, 음이 느껴진다. 제목은 ‘고독한 건물’이라는데 그가 운영하고 있는 출판사는 ‘같이 가는 기분’이다. 어쩐지 곱씹게 되는 기분 좋은 모순이다. 시집 ‘고독한 건물’은 모두 5부, 50여 이야기로 이뤄져 있다. 그의 시는 꽃, 슬픔, 꿈과 고독과 쓸쓸함 그리고 희망이 있다. 손음 시인의 작품은 죄 그렇지만, 특히나 시집의 제목과 같은 2부의 ‘고독한 건물’ 시리즈는 더더욱 그렇다.
‘고독한 건물’ 뒤에 이처럼 도형이 글자처럼 따라붙었다. 글을 찾아 읽다 보면 도형이 글자가 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손음 시인은 고성 출신이다.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월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시집 ‘칸나의 저녁’과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를 펴냈다. 고성 문학인 손순미로, 고성예술에 글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은 부산에 살면서, 카페 영도일보를 운영한다. 카페는 책방이기도 하고, 문학인들의 사랑방이기도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그리고 뜻이 맞는 문학인들과 함께 하는 웹진 문예지 ‘같이 가는 기분’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문학의 진정성과 시를 독자들에게 전하려 ‘千권의 시집 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바쁜 중에도 시인의 가슴에 고독, 슬픔, 권태, 고요 그리고 해방감 같은 것들이 불쑥불쑥 찾아드나 보다. ‘고독한 건물’은 허무함을 그득하게 끌어안고 있는 것만 같은데, 또 한 편으로는 빛과 태양의 색, 노랑이 희망을 말하기도 한다.
시집의 해설을 쓴 김겸 평론가는 손음 시인을 두고 “선험적 미의식을 거부하고, 관념적 미적 대상을 부정하는 시인의 의식은 멜랑콜리를 배면에 깔고 있는 단독자이자 미학적 길항자”라고 소개했다. 어려워서, 다시 한 번 시인의 시집을 찬찬히 살펴본다. 슬픔과 어둠이 그득한 듯한 시집 속에서 다시 일어설 희망과 용기가 느껴진다. 그러면 됐다. 무너진 마음을 일으키는 힘이 문학 속에, ‘고독한 건물’에 있다. 이제 희망을 끌어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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